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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

반려견과 함께 살아보기(14) 코로나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by 피터 스토리 2022. 9. 26.

 

인간, 뒤늦게 아양 떨기에 들어가다

닭고기, 소고기, 야채 통조림 등장

 

 

산책

베란다를 통해 들어오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상큼하다. 외출하기 딱 좋은 날이다. 하지만 그것은 젊을 때 얘기고, 지금은 만사가 귀찮다. 콜란지 코로난지 저 인간은 며칠 동안 부산을 떤다. 암만 봐도 감기몸살 정도로 보이는데 행동은 중환자다. 며칠 동안 심심했는지 오늘은 산책 가자며 나를 부추긴다. 귀찮다. ‘너나 다녀오라’고 몇 번이나 말하지만 저 인간은 들은 척도 안 한다. 답답한 인간 같으니라고...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이리저리 끙끙거리더니 이번엔 간식을 들고 나타난다. 반가운 일이다. 진즉에 그리 나왔어야지. 그래, 이 맛이지. 맛있다. 남이 먹는 걸 지켜보는 게 가장 짜증 나는 일인데 지금 저 인간이 그 꼴이다. 기지개를 켜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구름 방석에서 나오니 기분이 한결 가볍다. 저 인간은 아까부터 나가고 싶어 몸살이 난 듯하다. 돕는 셈치고 산책이나 데리고 나가야겠다. 어이구, 저 인간, 좋아죽는구먼.

 

잠깐은 괜찮았는데 오늘은 체력이 쉬이 방전되는 것 같다.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저 인간의 체력을 고려해서 오늘은 천천히 걷기로 한다. 잘 따라온다. 그래, 그래 잘하고 있어... 벤치가 보인다. 잠시 쉬기로 한다.

 

 

목욕

모처럼 산책을 다녀왔더니 피곤하다. 요즘은 이상할 정도로 몸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 저 인간도 눈치를 챘는지 목욕이나 하자며 타월, 전기 드라이기, 샴푸 등을 챙긴다. 그래, 잘됐다. 따뜻한 물에 샤워하는 거 좋지. 향긋한 샴푸 향도 그립고...

 

어, 개운하다. 내가 알아서 물기를 털어도 되는데 저 인간은 굳이 타월과 드라이기로 귀찮게 한다. 까짓 거 몸을 좌우로 몇 번 털면 간단한 것을... 타월로 물기를 닦아내고 이번엔 따듯한 바람이 나오는 드라이기가 온몸을 훑고 지나간다. 거, 괜찮네. 잠시 상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피곤이 몰려온다. 낮잠을 자야 할 거 같다.

 

 

배변

이건 내 스스로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저 인간이 툴툴거리는 것도 이해는 된다. 분명 패드 위에서 일을 봤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면 엉뚱한 곳에 흔적이 남겨져 있다. 그렇다고 다른 녀석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아니면? 그럼 그렇지. 이번에 새로 장만한 패드는 전에 사용하던 것의 절반 크기다. 저 인간이 잘못 사 온 것이다. 그 작은 것에 일을 보라는 건 욕심이지...

 

 

기특한 건 언제 어느 때나 저 인간은 내 흔적을 감쪽같이 치워준다는 것! 뭐, 저 인간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거지만 그래도 격려차원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고 있다.

 

선물

요즘 저 인간을 시큰둥하게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것 같다. 오늘은 잘 보이려고 온갖 아양을 다 떨고 있다. 어라? 이번엔 못 보던 간식 보따리까지... 그래, 이런 건 잘하는 거야. 계속 그렇게 하라고.

 

아니, 아니, 다른 포장지 뜯지 말고 통조림, 그걸 까 봐! 오우~ 이거 맛있는데. 어디 보자. 소고기에 야채 맛이라. 그래 내가 좋아하는 거야. 기특한 인간 같으니라고. 알았어, 내일 산책? 오케이~ 가만있어봐. 간식 먹고 있잖아. 귀찮게 하지 말고 서재에 들어가 있어. 내가 있다가 들어갈 테니까. 어찌 된 인간이 쉴 틈은 안 줘요. 내가 그렇게 좋아? 그래그래 기특하고 착하다. 이제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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