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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

반려견과 함께 살아보기(13) 코로나가 산들에게 미치는 영향

by 피터 스토리 2022. 9. 26.

 

산들, 냄새가 심해지다

산책, 목욕, 배변, 선물

 

 

 

산책

코로나로 인해 산들과의 산책은 한동안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녀석은 답답한 기색을 보이지 않습니다. 틈만 나면 구름 방석에 들어가 잠을 잡니다. 가끔 주방에서 도마소리가 나면 사과나 오이 등 자기가 좋아하는 먹을 거라도 준비하는 줄 기대하며 잠시 다녀가는 수준입니다. 어쩌다 한두 시간 외출하고 들어오면 산들은 반갑다며 뛰어나왔고, 저는 그걸 즐겼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어 왔냐?’ 하는 표정으로 멀뚱멀뚱 쳐다만 봅니다. 실망입니다.

 

아침에 나와 보니 녀석은 거실, 베란다, 심지어는 서재까지 영역표시를 해놨습니다. 다행이 큰일은 대부분 베란다에 나가서 봤지만 배변패드에 오르는 일은 손꼽을 정도입니다. 영리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게으름도 심해졌는지 전에는 “산책 가자!”라는 말 한마디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졸졸 따라 나왔는데, 오늘은 멀뚱히 쳐다만 봅니다. 가끔은 그것도 귀찮은지 아예 고개를 돌립니다. 확실히 녀석의 활동성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하기야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쉬다 보니 그럴 만도 합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녀석의 산책을 이끌어냅니다. 일단 간식으로 마음을 돌리고 잠깐 놀아주다가 “나가자!” 하니까 그제야 못 이기는 척 따라 나옵니다.

 

예전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활발했지만 오늘은 얌전하게 걷습니다. 녀석의 의지대로 가게 내버려 둡니다. 천천히 녀석의 뒤를 따라갑니다. 평소에는 아파트 단지 내 공원에서 제가 먼저 쉬자고 했는데, 오늘은 녀석이 멈칫거리며 벤치 옆을 어슬렁거리다 껑충 뛰어 벤치에 오릅니다. 진짜 쉬고 싶은 모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엘리베이터 올라온다.
어디로 갈까.
천천히 갈테니 잘 따라와

 

목욕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보면 녀석의 냄새가 스멀스멀 피어오릅니다. 산들을 처음 만났을 때 “한 달에 한 번은 목욕을 시킨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그때는 ‘개가 목욕할 일이 뭐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불과 보름 만에 목욕의 필요성을 알게 됩니다. 다른 건 몰라도 냄새 참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목욕은 세 번 시켰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불과 일주일 만에 목욕을 시킵니다. 녀석은 순순히 욕실로 들어옵니다. 목욕하고 싶었겠지요. 하기야 스치기만 해도 냄새가 나니...

 

 

배변

배변 패턴의 역행을 보면 녀석의 치매 증상이 우려됩니다. 12살이면 사람 나이로 70대라고 하는데... 늘 같은 자리에 일을 보던 녀석이 언제부터인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흔적을 남깁니다. 반려견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은 그럴 리가 없다고 합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의 교감은 한층 발전했습니다.

 

일을 본 후에는 구름 방석에 들어가 치워주길 기다립니다. 치우는 동안에는 눈길을 돌려 먼 산 쳐다보듯 합니다. 서재에 있는데 거실에서 멍멍 짖으며 저를 부릅니다. 빨리 와서 불편사항을 처리하라는 뜻입니다. 대부분은 물그릇이 비어있을 때이고, 아주 가끔 사료가 부족하니 채워달라는 것입니다. 녀석이 불편할 때는 저를 부를 정도로 똑똑하면서도 정작 배변 활동은 엉망입니다. 조심스럽게 ‘치매’ 얘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선물

오늘은 녀석의 간식을 다양하게 준비했습니다. 말썽을 부릴 때는 밉다가도 막상 녀석이 처량한 눈빛을 발사하면 저는 꼼짝 못 합니다. 캔에 담긴 간식은 닭고기와 야채, 쇠고기와 야채, 닭고기와 소고기 등입니다. 이 외에도 면역에 도움이 된다는 꼬릿츠 미니 버블츄와 장 건강과 소화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소고기져키를 준비했습니다. 제발 이 선물 받고 배변활동이나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치우는 건 제 일이라 생각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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