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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

반려견과 함께 살아보기(10) 산들은 외롭다?

by 피터 스토리 2022. 9. 5.

 

반기지도 않으면서 곁을 떠나지 않는 산들

 

 

“산들의 눈빛에 넘어가지 마세요~”

산들 주인님의 조언이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처량한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무심히 넘기기란 쉽지 않으니까요. 냉장고에는 산들이 전용 간식통이 있습니다. 통 안에는 무, 당근, 오이, 배추 등 채소류가 대부분입니다. 특별 간식은 닭고기로 만든 육포가 있지만 대부분은 채소 위주로 주게 됩니다.

 

어제는 깍둑썰기한 오이를 산들의 간식으로 준비했습니다. 녀석의 눈빛에 넘어가 몇 번 나눠줬더니, 그 결과는 흥건한 영역표시로 돌아왔습니다. 배변패드는 장식일 뿐입니다. 오늘은 오줌싸개 산들입니다.

 

아, 산들의 구름방석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웬만해서는 방석에서 내려오지 않습니다. 잠시 나갔다 오면 반갑다며 현관문까지 달려와 안기던 녀석이 이젠 포근한 구름방석에 누워 물끄러미 바라볼 뿐입니다. 마치 ‘그래, 잘 다녀왔냐~’ 하는 것 같습니다.

 

밤늦게까지 일이 이어집니다. 산들은 제 집에서 나와 거실 한쪽에 놓은 구름방석에서 편안하게 자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잠시 옆을 보니 산들이가 있습니다. 서재에 있는 구름방석에 들어가 녀석이 자고 있는 것입니다. 언제 들어왔지... 일에 몰두하는 동안 슬며시 들어온 거 같습니다. 형광등 불빛이 부담스러울 텐데... 능청맞은 녀석, 도대체 왜 그럴까요?

 

잠시 일손을 멈추고 녀석을 바라봅니다. 지그시 눈을 감고 잠을 자면서도 꿈을 꾸는 듯 웅얼웅얼거립니다. 나이 탓인가 봅니다. 이런 현상은 벌써 열흘째입니다. 아니면 원래 그랬는데 제가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서재에 있는 구름방석을 밖에 내놓기에는 산들의 처량한 눈빛과 안쓰러움에...

고민 중입니다.

 

숨은 산들 찾기가 아닙니다. 구름방석이 있는데도 낮에는 서재 카펫에서 뒹굴며 누워잡니다.

 

 

 


나는 외롭다

 

 

너무너무 좋다. 난 역시 극세사 체질이야. 누울 자리가 편해지니 만사가 귀찮네...

“어이~ 나갔다 온 거야? 일찍 일찍 다녀... 표정이 왜 그래?”

저 인간 반겨주지 않는다고 삐졌구먼...

 

인간아, 거실 불을 다 끄면 어떡해! 무드등이라도 켜 놔야지... 깜깜하면 무섭고 외롭다고.

서재에 들어가서 자는 거 자네가 이해하라고.

 

불빛 아래 잠든 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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