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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

반려견과 함께 살아보기(12) 배변패트, 산들의 배변습관 바뀔까?

by 피터 스토리 2022. 9. 6.

 

 

기저귀에서 해방된 산들, 새로운 일거리 만들어

 

 

아침에 눈을 뜨면 맨 먼저 하는 것이 거실과 베란다, 주방을 둘러보는 것입니다. 한동안 기저귀를 채워 큰일이 아닌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큰일이라야 하루에 두어 번인데, 그것도 산책에 나가면 반드시 하는 일입니다. 산책 중 발생한 것은 배변봉지에 담아오기에 심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산들의 배변에 대해 걱정하게 된 것은 기저귀에서 해방된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기저귀를 채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착용에 따른 불편함과 피부에 미치는 영향 때문입니다. 벌써 며칠째 기저귀 착용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기에서 어린이로 성장하는 단계에서의 기저귀 미착용은 아니지만 12년을 살아온 녀석을 믿는 구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기저귀에서 해방된 산들은 새로운 일거리 만들어 냅니다. 녀석은 보란 듯 이곳저곳에 영역표시를 남발합니다. 에어컨을 기둥 삼아 일을 보거나 베란다로 나가 이곳저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도 합니다. 다행인 것은 한동안 주방과 세탁실로 이어지는 문틀을 기둥 삼아 보던 일은 거의 줄어든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거실 바닥과 에어컨 주변, 그리고 베란다입니다.

 

산들의 배변 지역, 즉 ‘큰일’은 대부분 베란다와 에어컨 주변이고, ‘영역표시’는 베란다와 거실, 주방 등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습니다. 반려견과는 처음 생활하는 것이라 때론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도 천천히 나아지겠지 하는 나태함의 결과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산들이 두 곳에 영역표시를 했습니다. 큰일은 베란다 한복판에 보란 듯해놓았고요. 평소에는 “잘 잤니~?”라며 눈을 마주하고 서로 인사했는데, 오늘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며칠 전부터 산들의 흔적을 치울 때마다 녀석은 ‘뭐 하냐?, ‘내가 그런 거 아냐’라는 표정으로 구름방석에 들어가 먼 곳을 응시하며 눈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행동을 알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오늘도 녀석의 흔적을 치울 때 녀석은 딴청을 피웁니다. 마치 ‘그래, 잘하고 있어. 깨끗이 치우라고’하는 거 같습니다.

 

아직까지 배변패드에 올라갈 생각은 없는 거 같습니다. 다만 늘 가는 곳에 있으니 할 수 없이 사용하는 것처럼 종종 배변패드에 흔적을 남기지만 정조준은 별로 없습니다. 패드에 걸치거나 아예 패드 밖에 흔적을 남깁니다.

 

나이가 있으니 웬만큼은 알아서 할 거라는 기대는 무너졌습니다. 관심받고자 애쓰는(?) 산들에게 번번이 당하는 느낌도 있습니다. 요즘 제 삶은 게으름으로 연결되지만 처음으로 ‘반려견 배변패드 적응시키기’라는 주제를 검색해 봅니다. 아직은 낯설지만 기본적인 것, 그러니까 녀석이 ‘일 보는 장소는 청결해야 한다’라는 부분입니다. 오늘은 이것 하나만이라도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깨진 유리창 법칙’만 생각했습니다. 건물의 유리창 하나가 깨지면 나머지 유리창도 모조리 깨지게 되며, 나아가 그 건물에서는 절도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일어날 확률도 높아진다는 법칙입니다. 모처럼 녀석이 배변패드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대로 두었습니다. 심지어는 패드 밖의 흔적을 지운 화장지조차 패드 위에 올려놓았던 것이죠. ‘이곳은 네 흔적이 있는 곳이니 앞으로도 이곳을 이용하라’는 지극히 주관적 판단을 한 것이죠.

 

하지만 검색을 통해 얻은 것은 그럴수록 더 깨끗이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오전에는 녀석의 흔적을 말끔히 지우고, 일 보는 곳을 중심으로 배변패드를 새로 깔았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녀석의 집과 멀리하라는 조언도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산들 행동으로 봐서는 집 주변에서 주로 일을 보기에 흔적이 가장 많았던 곳을 중심으로 합니다.

 

아, 한 가지 더! 녀석이 흔적을 치울 때마다 “여기다 하면 어떡해”, “너 정말 혼나야겠어”라는 식으로 혼잣말을 하거나 녀석이 듣게 했습니다. 불필요한 행동이었습니다. 어쨌든 자신이 혼나고 있다는 걸 안 녀석은 부정적으로 인식하여 오히려 악영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차라리 조용히 해결하고 늘 깨끗한 배변패드를 깔아놓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잘 지켜보겠습니다.

 

산들이에겐 미답지인 좌식 서재입니다. 잠깐 문을 열어논 틈을 이용해 녀석이 답사를 마칩니다. 저곳엔 녀석의 흔적이 없어야 하는데...

 

 

 


말을 해야지, 이 인간아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보나 마나 커피부터 마시겠지... 엉, 그런데 오늘은 눈길 한 번 주지 않네. 꿈을 잘못 꿨나. 표정이 왜 그래? 주방, 거실, 베란다...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며 눈살을 찌푸리는 표정이 예전 같지 않네. 오늘은 아침부터 뭐에 삐진 거야! 흠, 악몽을 꾼 게 분명해...

 

그만해라. 그만하라고! 도대체 뭐라고 구시렁거리는 거야, 비 맞은 중처럼... 비가 아직도 내리나... 말을 해! 똑바로 말해야 내가 알아들을 거 아냐. 어휴~ 오늘은 불평불만이 많은가 보네...

 

그래, 그거. 잘 치우라고. 매일매일 자네가 할 일 하는 건데, 인상 펴고! 잘해 봐. 저 인간 오늘따라 왜 그러는 거야.

 

그리고 패드 좀 치워라. 영역표시 닦은 화장지를 패드 위에 잔뜩 올려놓으면 어쩌라는 거야. 거기가 휴지통이냐? 지저분한 인간 같으니라고... 그리고 알코올인지 탈취제인지 그만 좀 뿌려라. 냄새 때문에 정신이 없다니까.

 

어어? 그래, 그건 잘했네. 패드는 늘 깨끗해야지. 벌써 분위기가 달라지잖아. 배변패드에 일 보는 건 생각 좀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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