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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책

[38선휴게소] ‘38선의 봄’이 아닌 ‘38선의 밤’을 보다

by 피터 스토리 2022. 11. 22.


한여름의 ‘못난’ 38선 휴게소가 달라졌다!



인제군청을 지나 신남 방향으로 가다 보면 38선 휴게소가 나옵니다. 평소에는 낮 시간에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인데, 오늘은 저녁 시간에 잠시 머뭅니다.

소양강의 밤 풍경을 보다가 우측을 바라보니 멀리 38대교의 불빛이 휘황찬란합니다. 또 설악로에는 차량 불빛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38선 휴게소를 끼고 도도하게 흐르는 소양강, 그 깊이를 알 수 없지만 어둠 속의 강은 장중합니다.

이곳에 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38선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알고 보면 38선 휴게소는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장소입니다. 휴전선이 생긴 뒤 남한에 속하게 됐지만...

‘38선’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1945년 8월 일본이 패망한 뒤, 일본 식민지였던 한반도는 미소 양국이 38선을 그어서 전후 처리를 위한 임시 군사 분계선으로 정합니다. 1953년 한국전쟁이 휴전할 때까지 한반도의 정치적 경계선 역할을 합니다. 남북으로 갈라진 경계선,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의 상징입니다.

여름철 화장실의 악취와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던 38선 휴게소, 하지만 오늘은 다른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오래전 회식자리에서 20대 초반의 직원이 부른 노래가 ‘38선의 봄’입니다. 당시 ‘젊은 친구가 저 노래를 알고 부르나’라며 혼잣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군을 다녀온 한 사람이라면 한두 번 들어봤을 ‘38번의 봄’을 부르는 대신 가사를 소개합니다.

눈 녹인 산골짝에 꽃이 피누나
철조망은 녹슬고 총칼은 빛나
세월을 한탄하랴 삼팔선의 봄
싸워서 공을 세워 대장도 싫소
이등병 목숨 바쳐 고향 찾으리

눈 녹인 산골짝에 꽃은 피는데
설한에 젖은 마음 풀릴 길 없고
꽃 피면 더욱 슬퍼 삼팔선의 봄
죽음에 시달리는 북녘 내 고향
그 동포 웃은 얼굴 보고 싶구나


38선 휴게소
강원 인제군 남면 설악로 1137
지번; 남면 부평리 1070-2


사족

어둠이 모든 걸 사라지게 한 걸까요. 여름에 보았던 온갖 쓰레기, 화장실 악취는 사라졌습니다. 다행입니다. 38커피는 그대로입니다. 어둠 속에서 소양강을 봅니다. 그렇습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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