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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책

[공지천 산책] 한 번도 같은 모습 보여주지 않는 공지천

by 피터 스토리 2022. 11. 22.


계절 따라 시시각각 다양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곳



공지천 산책을 나가면 대부분 수상카페를 거쳐 갑니다. 선곡을 하지 않아도 입맛에 딱 맞는 노래가 꾸준히 들여오기 때문에 천천히, 혹은 근처의 나무벤치에 앉아 음악 감상을 합니다. 즐거운 일입니다. 늘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수상카페에 고마움도 느끼고요.

공지천에서는 의암호 나들길을 따라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또 춘천MBC 쪽으로 향하는 뒷길은 벚꽃이 아름다워 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벚꽃놀이를 즐깁니다.

이곳에는 에티오피아 참전 기념관이 있어 둘러볼 수 있으며, 바로 앞에 이티오피아집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공지천은 한강 수계에 속하며 북한강의 지류입니다. 춘천시 동내면 학곡리와 사암리 일대(대룡산)에서 발원하여 북서쪽으로 흘러 석사동, 퇴계동, 강남동, 효자동 시가지를 지나 북한강(의암호)에 합류합니다. 하천연장은 5.6km인데, 주변에 공지천 유원지와 조각공원, 의암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어 관광지로 유명합니다.

“드루와~ 드루와~” 공지천에는 보트장이 있어서 오리배를 탈 수 있습니다.

의암호 수변에는 사진과 같은 수상 화단이 가끔 보입니다. 수위가 내려가도 늘 수면에 떠 있기에 물고기들의 산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산책을 하다 보면 곳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분을 보게 됩니다. 이곳에는 ‘공지천 공지어를 아시나요’라는 장치물이 있는데, 내용을 살펴볼까요.


공지천 일대는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쉼터다. 계절마다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호수 주변은 라이딩을 즐기기에 적합하다. 오리배를 타고 잔잔한 호수에서 낭만에 젖을 수 있다. 공원을 느리게 걸으며 조각 작품을 감상하노라면 시심이 절로 생긴다. 공지천은 춘천 여행의 필수코스이다.
공지어가 산다고 하여 공지천이라 부른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다. 퇴계 이황이 퇴계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강아지가 집으로 들어오더니 마루 밑에 쭈그리고 앉아 퇴계의 가르침을 경청하였다. 며칠이 지나도 강아지는 가지 않았다. 이렇게 삼 년, 어느 날 강아지가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 후에 어린아이가 퇴계를 찾아와서 말했다. 자신은 본래 용왕의 아들인데 공부를 게을리하여 강아지로 모습이 바뀌는 벌을 받았다고 한다. 퇴계는 용왕의 초청으로 용궁에서 며칠을 잘 지냈는데, 용궁에서 나오는 날 용왕이 짚 한 오라기를 주며 조금씩 잘라서 반찬으로 드시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지푸라기를 조금 잘라 지져보니 물고기였다. 나중에 지푸라기 끝이 조금만 남게 되어 개울에 넣었더니 많은 물고기로 변하였다.
그 후로는 개울에 손을 넣기만 하면 고기가 한 마리씩 잡히었고 그 맛 또한 일품이었다. 그 고기가 공지어이고, 그로부터 그 개울을 공지천이라고 하였다. 퇴계가 머슴에게 여물을 썰게 한 다음 삼태기에 담아 공지천에 넣었더니 썬 짚 조각들이 모두 공지어가 되었다고도 한다. 공지천 구름다리 위에는 공지어를 형상화한 불고기 조형물이 있고, 그 아래에 유래가 적혀 있다. 지금 공지천에서 노니는 불고기들은 글을 배운 공지어의 후예일지도 모른다.

스케치, 수채화, 펜화... 공지천 주변에는 그림을 그리는 분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추억의 팝송을 들으며 화가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공지천은 낭만입니다.

산책을 마칠 즈음 커피 한 잔이 생각납니다. 한가로운 수상 카페를 지나 이디오피아 벳(집)으로 갑니다.

이디오피아 벳에 도착하니, 입구 상단에 ‘대한민국 최초 로스터리 카페 전문점, 이디오피아 벳(집)’이란 문구가 눈길을 끕니다. 그 아래 ‘하일레 슬라세 이디오피아 황제께서 1968년 명명하신 이디오피아 벳(집)의 황실 원두가 한국 원두커피의 역사가 되다’라는 글도 보입니다.

원두 한 봉지를 사고 느긋하게 아메리카노를 마십니다. 참 좋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건너편을 보니 이디오피아 길 자전거점이 보입니다. 이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봄내길 코스를 도는 겁니다.

갈 때마다 늘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공지천, 아직은 가을 향이 짙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공지천 수면은 빙판으로 변할 것입니다. 오리배를 타고 즐겼던 곳에서는 썰매나 스케이트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겠죠.

사족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물멍’을 하고 싶을 때는 공지천을 찾습니다. 산책 나온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 곳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모두가 하나의 풍경이 됩니다. 저 또한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갑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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