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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전시회-윤명식 개인전] 내일을 꿈꾸다

by 피터 스토리 2022. 11. 26.

 


인생의 길에서 윤명식의 ‘만다라’를 보다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그 사이 문화공간 역에서는 새로운 전시회가 열리고 있네요. ‘윤명식 개인전-내일을 꿈꾸다’입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니 아무도 없습니다.

 

잠시 후 윤명식 작가가 모습을 나타냅니다. 친근한 인상의 이웃집 아저씨 같습니다. 마치 오래 전부터 알았던 사람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눕니다.

 

윤 작가의 작품 설명은 솔직하고 직관적입니다. 수줍은 듯 내뱉는 그의 언어에는 순수함이 묻어납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애정 역시 맑고 깨끗합니다.

그의 개인전을 알리는 봄내 11월호에는 다음과 같이 작가의 말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하루 이틀 상처받고 아물고 하다 보면 어느새 한 겹 두 겹 두께감이 만들어진다. 스스로 보호하는 방어막이 설치된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도 지니고 있다. 그 능력을 키우고 활발하게 작동시켜서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을 가다듬어 본다.”

 

조금은 난해한 외계어 같은 글씨가 궁금해집니다.


피터 무슨 뜻인지 모르겠네요.
윤명식 모든 생명체의 종족번식을 형상화한 겁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생명체들의 교미하는 모양을 표현한 거죠. 곤충이나, 새, 원숭이, 사자 등 모든 생물들의 종족번식 행위에 있어 그 모양은 기본적으로 암컷 위에 수컷이 올라가 있는 모양입니다. 그것을 연속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아하, 저는 무슨 캘리그래피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기본 모양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군요. 그 나름의 원칙이 있군요. 역시 제가 우둔합니다.

이 그림은 명상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그 위에 또 다른 형태가 덧 씌워져 있네요. 이건 무엇을 뜻하는 건가요? 글씨 같진 않고...
윤명식 이건 얼굴을 부분적으로 여러 곳에 그려 넣은 건데요, 곳곳에 나뉘어 있어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죠.
결국 얼굴을 그려 넣은 것이군요.
윤명식 그렇죠. 작품 의도는 이웃이나 사람과의 관계를 뜻하는 건데, 가깝게는 이웃일 수도 있고 넓게는 지구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든 관계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모든 인간관계가 엮인 것처럼, 이 작품 역시 그것을 담고자 했죠.

 

집 안에 들어가 있는 조형물이 독특합니다.
윤명식 이것은 가부좌를 하고 명상하는 모습입니다.
집을 이루고 있는 벽마다 독특한 문양이 연속적으로 그려져 있는데, 좀 전에 보았던 생명체들의 종족번식 행위를 표현한 것과 모양이 비슷합니다.
윤명식 그렇죠. 같은 모양입니다. 집이라는 게 사람들에겐 가장 편안한 안식처이지 않습니까.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명상하는 모습을 표현한 거죠. 공간이라는 것 역시 자연 속에 있는 한 부분이고요.

 

다른 작품들도 많이 있는데,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윤명식 (호탕하게 웃으며) 다 비슷한 겁니다. 시리즈 작품이니까요.
그런데 이 그림은 단순하게 명상하는 모습만 그려져 있네요.
윤명식 좀 전에 보셨던 사람 얼굴이 들어가 있는 것과 같은 겁니다. 다만 테두리의 형태를 잘 보시면 눈, 코, 입 등 사람의 얼굴 부분 부분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하, 그렇군요.
윤명식 이제 보이시죠. 명상을 하고 있는 주변을 천천히 보시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것도 명상하는 모습 같은데, 검은색으로 표시된 것은 기존의 종족번식 행위를 형상화한 것도 아니고, 얼굴의 부분화도 아닌 것 같은데 무엇 뜻하는 건가요.
윤명식 좀 전에 봤던 종족번식 행위와 같은 의미입니다.
모양이 전혀 다른데요?
윤명식 그렇게 보이죠. 쉽게 설명하면, 명상하는 집 벽에 있는 것이 정자(正字)체라고 한다면 이것은 초서처럼 흘려 쓴 것입니다. 마치 방언처럼, 말 대신 음으로만 표현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작품 앞에서 일일이 설명을 듣다 보니 서서히 나머지 작품들이 저절로 이해되는 신기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명상하는 모습 속에 또 하나의 명상
연속된 사람 얼굴
집 안에서 명상하는 모습
명상과 얼굴 부분화
집 안에서의 명상
이번 전시작품은 대부분 종이에 아크릴화인데, 이것만 유화입니다.
명상 속 명상

역시 알고 보는 게 중요합니다. 바쁜 중에도 수줍게, 때론 환하게 웃으며 작품 설명을 해주신 윤명식 작가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윤명식 개인전 ‘내일을 꿈꾸다’
일시; 2022.11.25(금)~12.1(목)
장소; 문화공간 역(남춘천역 1층)
문의; 252-0731


사족

아무도 없는 전시장, 그 적막함 가운데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가부좌상을 봅니다. 벽에는 온통 알 수 없는 외계어(?)로 혼란스럽습니다. 다른 작품들을 봐도 그 흔한 작품명이나 설명이 없습니다. 불친절한 전시회 같지만, 한편으론 명상에 빠져들게 하는 분위기입니다. 잠시 후 윤명식 작가를 만나고, 몇몇 작품에 대한 해설을 듣습니다. 흥미진진합니다. 설명을 마칠 즈음 그의 작품세계가 어렴풋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전시된 작품마다 지난 삶이 투영됩니다. 관람을 마치고 잠시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소탈하고 편안한, 격의 없는 얘기를 나눌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집’ 얘기에 이르러 파안대소하며 자지러질 뻔했으나 아무튼 그 순간이 행복합니다. ‘이 양반 나하고 꼭 한 번 술 한 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근 재밌고 멋있는 분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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