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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김명숙 전시회] 영혼의 정원 SOUL GARDEN

by 피터 스토리 2022. 11. 27.

 


한 올 한 올 작가의 숨결이 모여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하다

‘섬유회화’가 지닌 매력과 묘미, 새로운 미적 체험에 감동


 

바쁜 주말입니다. 상상마당 춘천 갤러리와 춘천문화예술회관을 거쳐 춘천미술관에 와서야 한숨을 돌립니다. 춘천미술관에서는 김명숙 작가의 ‘영혼의 정원 SOUL GARDEN’ 전시회가 11월 25일(금)부터 30일(수)까지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장 1층을 들어서면 길게 프린팅 된 천이 일정한 간격으로 걸려 있습니다. 바람이 부는 정도에 따라 늘어진 천들은 하늘거리며 움직입니다. 역동적은 아니어도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감각이 살아나는 듯합니다.

 

한 올 한 올 작가의 정성이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 나온 작품들은 제목이 없습니다. 모두 ‘SOUL GARDEN’입니다. 아래 사진은 질감 표현을 위한 부분화입니다.

 

 

정원 구석진 곳에 핀 들꽃들을 주의 깊게 바라보며 나도 들꽃이 되어 본다. 들꽃은 눈에 잘 띄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다만 들꽃은 생명의 존재 그 자체이며 내가 땀 흘리며 키우고 있는 강인한 생명력이요, 지난하고 끈질긴 씨앗들을 그리운 산지 위에 퍼뜨리는 것이고 그 결실이 들꽃이 되어 전능하신 창조주의 아름다운 정원을 풍성하게 가꾸어주는 것뿐이다.

 

화면에 사용되고 있는 들꽃의 다양한 이미지들과 그것을 표현하는 오브제들이 갖는 물성 사이에서 생겨나는 ‘촉각과 시각의 인력(attrative force)적 조화’에 의한 조형적 구체화들이 주는 것, 또한 이미지 표현의 중요한 요소는 ‘물성’이다. 들꽃의 이미지가 화면 위에서 강박적인 테크닉으로 처리되거나 띠 모양의 천을 넓이, 두께, 밀도를 달리하여 바느질한 천을 풀어서 섬세한 색깔의 변화를 유도하였으며 풀어진 천의 올이 부드럽게 섞여서 갖가지 표현의 시각과 촉각의 풍성함과 단조로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준다.

 

나의 작업은 들꽃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휴식과 평안, 생명력을 드러내기 위한 매우 고된 작업이다. 이 고된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의 시간이 되기도 한다.

- 작가 노트 중에서

 

2층 전시장 전경입니다. 오른쪽의 전등이 눈길을 끕니다.

 

춘천박물관 오백 나한전에 나왔던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아래는 부분화입니다.

 

순백의 작품입니다. 아래 부분화 사진을 통해 질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우 독창적인 작품입니다. 아래 부분화를 통해 질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부분화입니다.

 

 


촉각적 여백

김명숙 작가의 연작 ‘Soul Garden’에서 거의 하얀 모노톤의 작품들이 보여주는 정경들이다. 그림에 사용된 천의 높이, 방향, 재질 등이 각각 달라 빛에 따라 그림자가 바뀌고, 보는 시각에 따라 끊임없이 작품 스스로 변모하며 이런저런 서사시나 서정시를 들려준다. 하얀 바탕에 드문드문 천연물감으로 물들여진 보라색 색감에서는 라벤더의 향기가, 고동색 색감에서는 밤나무 잎의 사각사각 소리가 들린다. 작가의 하얀 작품들은 우리 삶의 ‘여백’의 모습이며, 카타르시스화 된 상상적 감성의 재현이다.

 

여백이되, 시각적 느낌보다는 촉각적으로 먼저 다가오는 그림이다. 평면의 시각적 여백이 아니라 손으로 만져서 직접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촉각적 여백이다. 또한 카오스(chaos)이되, 헤지오도스나 성서에서 나오는 강렬한 힘과 에너지의 혼돈으로 표현되는 검은 카오스가 아니라 하얀 카오스이다. 코스모스(cosmos)가 아니라 카오스인 것은 인간의 논리와 이성으로 접근할 수 없는 마치 ‘물자체’(칸트 ‘Ding an sich’) 같기 때문이다.

 

다양한 천을 주 마티에르로 사용한다. 붓의 빠른 필력이 아니라 한 땀 한 땀 오랜 수고의 바느질로 그려진다. 기개가 하늘을 찌를 듯 한 대장부의 여백이 아니라 아내의 미소처럼 은은하며, 어머니 품 안처럼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넉넉하고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러한 여백이다.

 

이 여백은 따스하고, 부드러우며, 온유하여 남에게 해악을 줄 수 없는 여백이다. 이처럼 김명숙 작가의 작품은 서양과 동양, 고전과 현대, 주체와 객체, 공적인 것과 사적인 이야기를 넘나들며 촉각적인 여백의 세계로 초대한다.

- 심은록(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초청연구원, 미술비평가)의 평론 중에서

 


섬유회화에 집적된 생의 의지

김명숙의 작업은 마름질(cuting)과 바느질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섬유회화’라고 단언한다. 이 점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매력이자 묘미다. 천조각을 조형의지에 따라 적합하게 잘라 그대로 바느질해 붙이는가 하면, 올을 풀어헤쳐 형상과 색채의 변주 효과를 더하기도 한다. 형형색색의 유닛(천조각)이 교차하는 맞닫음과 중첩, 그 어울림이 새로운 미적 체험을 하게 한다.

 

작가가 표출하는 조형의식의 발로다. 바늘이 지나간 자리에 새겨지는 굴곡, 음양이 마티에르(matiere) 효과를 적절히 드러낸다. 작가의 심상이 화면에 이리저리로 펼쳐지는 형상은 재질(섬유 또는 천조각)의 거침과 부드러움, 색체의 조화와 대비가 리듬을 형성한다. 그녀의 이런저런 작품을 응시하노라면 간결한 시를 음미하는 정감, 장쾌한 교향곡을 청취하는 감동에 젖어들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물론 현대미술, 개념미술에서 질료는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발현하므로 김명숙의 섬유회화가 그리 유난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더구나 고전적 형식의 회화에 이질적인 재료가 접목돼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것도 흔히 목격한다. 그러나 김명숙의 바느질은 전통적인 회화 기법으로는 인식할 수 없는 존재의 상태, 즉 ‘물(物) 자체’의 미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것은 바느질, 화면에 닿는 손을 통해 섬유의 물성이 작가의 심성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융합되기에 가능하다고 해석된다.

- 용호선(전 강원일보 논설위원) 평론 중에서

 


 

PROFILE

김명숙 Kim Myong Sook

경희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 졸업

백석대학교 기독교전문대학원 기독미술과 졸업

개인전 13회

춘천미술관, 종로갤러리, 춘천미술관 기획초대전, 서울현대아산병원갤러리 초대전, 강원미술상 수상기념전, 파리퐁테아트갤러리 초대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대한항공 25주년 취항 기념 초대전

부스전 27회

GAF 강원아트페어, KCAF전, KIAF전, SOAF전, 화랑미술제, ART 파리, 부산국제아트페어, 광주아트페어, 파리아트엘리제

단체 및 초대전, 국제전

강원작가 트리엔날레 2022, 강원미술대전 초대작가, 춘천MBC 힘있는 강원전, 아트인강원전 등 400여 회

수상

강원미술상 본상, 춘천예술상 대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2회 입선

작품 소장

DMZ 박물관, 대한주택공사 회화작품 공모당선, 일본히로시마 청소년센터, 춘천삼성홈플러스 회화작품 공모당선, G1 강원민방, 속초롯데리조트, 박수근미술관

역임

춘천미술협회 춘천지부장, 강원도미술협회장, 아트인강원 이사장, 한국미술협회 서양화 1분과 이사

현재

한국미술협회 강원지역 여성부 이사장, 한국미술협회 춘천지부, 강원도지회 자문위원

 

 

김명숙 KIM MYONG SOOK

영혼의 정원 SOUL GARDEN

장소; 춘천미술관 전관

일자; 2022.11.25.(금)~11.30(수)

시간; 10:00~18:00

후원; 강원도 강원문화재단

춘천미술관

강원도 춘천시 서부대성로 71

033-241-1856

 

전시장 안에는 별도의 영상실이 마련되어 있어 작가의 작품세계와 활동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족

한 올 한 올 지난하고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 그리고 ‘섬유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김명숙 작가. 프랑스 파리,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작가는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습니다. 전시장 영상실에서 잠깐 들어본 작가의 말에는 힘이 느껴집니다. 자신감입니다. 그게 멋있습니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 수많은 시간과 정성이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오늘, 새로운 미적 체험을 합니다. 멋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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