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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박수근미술관] 양구 군립 박수근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

by 피터 스토리 2022. 12. 22.

 


‘박수근의 시간•美石의 공간’을 찾아서


 

강원도 양구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현관에 있는 사진 한 장 때문입니다. 오래전 교과서에서 봤던 박수근의 ‘아기 보는 소녀(1962)입니다.

 

한가로운 오후에 양구 박수근미술관에 도착합니다. 미술관 입구 주차장에는 단체관람을 온 듯 한 관광버스 한 대와 승용차 몇 대만 보일 정도로 허허롭습니다.

 

박수근미술관은 ‘기념전시관’, ‘현대미술관’, ‘파빌리온’ 총 3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침 양구 군립 박수근미술관 개관 20주년을 맞아 기념 특별전인 ‘박수근의 시간•美石의 공간’이 열리고 있습니다.

 

화가 박수근

박수근(1914~1965)의 삶과 예술은 한마디로 ‘서민의 화가’입니다. 그는 곤궁한 시절에 힘겹게 살아갔던 서민화가 그 자체였습니다. 1914년 강원도 양구 산골에서 태어난 박수근은 가난 때문에 국민학교밖에 다닐 수 없었습니다. 6.25전쟁 중 월남한 그는 부두 노동자, 미군부대 PX에서 초상화 등을 그리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그 힘들고 고단한 삶 속에서도 그는 삶의 힘겨움을 탓하지 않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의 무던한 마음을 그렸습니다. 절구질하는 여인, 광주리를 이고 가는 여인, 길가의 행상들, 아기 보는 소녀, 할아버지와 손자 그리고 김장철 마른 가지의 고목들...

 

그는 예술에 대하여 거의 언급한 일이 없고 또 그럴 처지도 아니었지만 그의 부인 김복순 여사가 쓴 아내의 일기를 보면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어진 마음을 그려야 한다는 극히 평범한 예술관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은 곧 그의 예술의지가 되어 서민의 모습을 단순히 인상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평면화 작업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주관적 감정으로 파악한 대상으로서의 서민 모습이 아니라 모든 개인의 감정에서 독립된 완전한 객체로서의 서민입니다. 거기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존재론적 사실주의’를 지향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박수근의 그림은 부동의 기념비적 형식이 되었으며 유럽 중세의 기독교 이론과 비슷한 성서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화강암 바위에 새겨진 마애불처럼 움직일 수 없는 뜻과 따뜻한 정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해서 박수근은 가장 서민적이면서 가장 거룩한 세계를 보여준 화가가 되었고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현대적인 화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참고; ‘朴壽根’(1985, 열화당)

 

 

미술관 건축의 특징

미술관 자체가 박수근 화가와의 만남을 만들어내는 통로

박수근미술관은 그의 생가 터인 양구읍 정림리에 세워졌습니다. 그가 처음 ‘그림’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곳입니다. 이곳의 풍경은 그의 그림에 어떤 원형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대지에 미술관을 새겨나간다.” 대지를 뒤로하고 돌아섰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이었습니다. “... 박수근의 그림은 그려진 것이기보다는 새겨진 것이다. 나타낸 것이기보다는 드러낸 것이다. 그의 마티에르(matiere, 회화용어로는 재료 또는 재질이라는 뜻이나 미술에서 기법상 심미성과 관련 있는 말로 쓰임)는 화면 전체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리려는 뜻은 마티에르 속에서 함께 작동되고 있다 ...’ 메모는 계속되었습니다.

 

이 미술관 자체가 박수근 화가와의 만남을 만들어내는 통로이어야 합니다. 그것은 박수근이 경험했을 풍경을 매개로 이루어지며, 건축은 그 매개과정을 조율합니다. 그러기에 이 미술관은 유물, 유품, 그의 그림 이전에 건축 그 자체로써 매개의 장치가 되고자 합니다. 먼 진입로에서 산줄기의 끝자락을 감아 도는 미술관 자체의 덩어리에서 경험은 시작됩니다.

 

한두 자 크기로 부수어진 화강석 덩어리가 다시 큰 덩어리와 면을 이룹니다. 화강석들은 사이사이가 시멘트 몰탈로 채워지지 않은 채 쌓여 있습니다. 그림의 마티에르와 건축의 마티에르를 봅니다. 긴 진입로를 휘감아 돌아 들어갑니다. ‘박수근을 만나는 길이 쉽고 짧아서야 되겠는가?’ 멀리서 보았던 화강석 덩어리를 손끝으로 느끼며 갑니다.

 

돌아 들어간 끝에는 뒷산과 하늘로만 열린 마당이 나타나고 그 사이를 냇물이 흘러갑니다. 이곳은 건축의 경험이 ‘화가 박수근을 기리는 마음’으로 올라서는 장소입니다. 그의 모습도 조각되어 있습니다.

- 참고; 박수근미술관 홈페이지 건축 소개 중에서

 

Washerwomen by the Stream. 빨래터, Oil on Canvas, 50.5×111.5cm, 1950년대

일전에 어머님 점심을 가지고 빨래터에 갔을 때, 빨래하고 있는 당신을 본 후 아내로 맞이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재산이라곤 붓과 파렛트 밖에 없습니다. 만일 당신이 승낙하셔서 나와 결혼해주신다면 물질적으로는 고생이 되겠으나 정신적으로는 그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 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나는 훌륭한 화가가 되고 당신은 훌륭한 화가의 아내가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

- 박수근 선생이 김복순 여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 특별전

박수근의 시간, 美石의 공간

 

관람 안내

• 2022년 10월 25일(화)~2023년 3월 26일(일)

•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 시간 60분 전 입장 종료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과 추석 오전

성인 6,000원, 성인 할인 30% 4,200원, 성인 할인 50% 3,000원

학생 3,000원, 학생 할인 30% 1,800원, 학생 할인 50% 1,500원

무료 7세 이하, 65세 이상, 장애인 및 보호자, 국가유공자, 국민기초생활수급자, 명예군민

※ 할인 적용을 받지 않는 성인 일반 관람권은 양구사랑상품권 50% 환급됩니다.

※ 50% 할인 적용 대상: 양구군민, 관내 군용사, 호수문화관광권역, 병역명문가 및 가족

※ 30% 할인 적용 대상: 다자녀가정(19세 미만 자녀 2인 이상)

주의 사항

• 각 전시관 입장 시 관람권을 재확인합니다. 소지 부탁드립니다.

전시관 내에서 작품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 음식물 반입과 안내견 이외의 애완동물(또는 반려동물)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관람권은 당일에 한해 유효합니다.

문의 033-480-7226

 

현대미술관 외벽에서 박수근 화가의 작품을 만납니다.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며 박수근 미술관 곳곳을 둘러봅니다. 날씨는 우중충하지만 마음은 편합니다. 주차장 입구에 있는 ‘카페 수근수근’으로 들어가 커피를 마십니다. 따뜻합니다.

 

손님의 빈자리를 고양이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평화롭습니다.

 

 

박수근미술관

2002년 10월 25일 화가 박수근의 생가에 건립

주소;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박수근로 265-15

관람시간; 10:00~18:00

입장마감; 17:00

휴관일;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일 경우 개관) 1월 1일, 설날과 추석 오전

관람 문의전화; 033-480-7226

 

 

사족

한 장의 그림으로 시작된 양구 박수근미술관 나들이. 눈이 내릴 듯 우중충한 날씨, 이미 겨울은 성큼 찾아왔지만, 미술관 곳곳에서 ‘서민의 화가’ 박수근의 숨결이 따스하게 느껴집니다. 예사롭지 않은 건축물이 박수근 화백의 작품과 연결되는 놀라움을 경험합니다. 또 전시작품 역시 기대 이상으로 많아 작품을 통해 그의 생애를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마음을 비우는 지극한 경계에 들어가면 고요해지고, 어느 순간 세상이 열립니다. 해서 안내해주시는 분들의 친절함이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작품 감상에 부담이 됩니다. 심지어 미술관과 어울리지 않는 복장까지도... 박수근미술관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야외 풍경으로 대신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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