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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콩국수의 추억

by 피터 스토리 2022. 9. 30.

 

“음식은 추억입니다”

 

 

여름이면 온 가족이 집 앞마당 평상에 둘러앉아 수박화채를 먹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온 가족이 모인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두 형제가 외국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몇 해 동안 수박화채를 먹을 기회가 없습니다. 일단 화채를 만들면 여러 사람이 함께 먹어야 하는데, 그런 가족이 없습니다. 다 큰 녀석이 하나 있지만 제 앞가림에 바빠 얼굴 보기도 힘듭니다. 그러니 수박화채를 먹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여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콩국수입니다. 예전에는 어머니가 맷돌에 불린 콩을 갈아 콩국물을 만들어 콩국수를 해서 먹었습니다. 물론 온 가족이 함께 모여서 먹었지요. 하지만 콩국수는 한 끼 식사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따로 밥을 안치셨습니다. 제비새끼들처럼 사 남매의 먹성을 콩국수 하나로 감당하기 어려웠던 시절이니까요. 그래서 이른 저녁에는 콩국수를 하고 남은 것으로 신김치가 들어간 비지찌개를 상에 올리셨던 겁니다.

 

요즘은 먹을 게 무궁무진하지만, 당시에는 겨울철이면 동태나 갈치가 늘 상에 올랐습니다. 국민생선인 고등어, 갈치, 명태 가격은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했고요. 그러니 밥상에 자주 오르게 됐지요. 지금은 동해에서 명태가 자취를 감추고, 갈치는 금값이 되었으니 세월이 무상합니다.

 

 

늦은 점심은 가까운 칼국수집에서 서리태 콩국수로 대신했습니다. 까만 콩, 그러니까 서리를 맞은 후 수확한 서리태라 불리는 콩으로 만든 콩국수라 콩물이 걸쭉하고 꺼멓습니다. 어릴 땐 하얀색이었는데 요즘은 건강에 좋다며 서리태가 인기라고 합니다. 콩국수를 먹으며 어린 시절의 먹거리를 생각해 봤습니다. ‘음식은 추억이다’라는 말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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