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연기 속에 흩어지는 그 시절 추억들
흡연장으로 내려가니 어린 시절의 시골냄새가 살며시 다가옵니다. 당시에는 모두가 초가집이었습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용인 시골집은 마을에서도 제법 큰 규모였습니다. 안방과 연결된 부엌은 밥상을 그대로 들일 수 있는 구조였으니 그 지혜로움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부엌은 뒤뜰로 가는 통로이자 장독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한여름 장독대에는 고추잠자리가 날아와 살포시 앉습니다. 역광을 받은 잠자리의 날개 빛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장독대는 모양이 제각각인 돌로 쌓아 석축에는 늘 습기가 차 있습니다. 그곳에는 물기 머금은 이끼와 싸리버섯이 소담스럽게 자라고 있습니다. 황토 외벽에는 미군들이 쓰던 탄약띠와 멜빵 등이 걸려있었는데, 이모부가 사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여름방학이 되면 서울역에서 기차(석탄을 때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용인으로 갑니다. 밤늦게 도착하면 작은 이모님이 저를 업고 작은 내를 건넙니다. 달빛에 번득이는 은빛 물결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용인역에서 큰 이모댁까지는 한 시간 정도를 걸어가야 하는 먼 길이었지만 늘 설렜습니다. 그곳에는 복숭아, 배 등의 과수원이 있고, 물놀이와 버섯 따기 등 재밌게 놀거리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담배를 태우며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그 많은 상상이 글로 정리되지 않음을 아쉬워합니다. 그로부터 오십 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이모댁까지는 포장도로가 깔리고 승용차가 집 앞까지 들어갈 정도로 예전의 시골 풍경은 사라졌습니다. 그 지역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용인 한복판을 흐르던 시냇물에서 멱을 감고 그 물을 마시던 시절은 영영 돌아오지 않겠죠. 내뿜는 담배연기처럼 세월은 그렇게 추억과 낭만을 남기고 떠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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