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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소설

반려견과 함께 살아보기(5) 산들, 화났다!

by 피터 스토리 2022. 8. 29.

 

‘킹’ 받은 산들

 

 

아주 정상적인 산들과의 산책입니다. 늘 같은 코스라 녀석이 지루할 만도 한데 잘 가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 녀석이 원하는 대로 가도록 목줄은 느슨합니다. 눈치껏 알아서 잘 갑니다. 아파트 단지 중앙에 있는 공원 벤치에 가면 그곳에서 볼 일을 보는데 오늘은 왜 그런지 영 마뜩지 않는 표정입니다.

 

단지 내에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산들과 함께하면서 그들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반려견들의 행동과 또 그들과 함께하는 이들의 행동 등 모든 것을 세심하게 살펴봅니다. 하나라도 알면 산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입니다.

 

오늘도 산책 나온 반려견을 여럿 보게 됩니다. 잘 살펴보니 반려견의 종류도 많고, 부속물이나 목줄도 제각각입니다. 오늘 알게 된 것은 주인을 상대하는 반려견들의 행동입니다. 순순히 주인을 잘 따라가거나 칭얼대며 반항하는 녀석, 괜히 목소리 높이는 녀석 등등 반려견마다 다 다르다는 겁니다. 배워야 할 게 참 많습니다.

 

산들은 지나가는 반려견마다 유심히 관찰하는 제 모습이 마뜩지 않은 모양입니다. 결국 사달이 납니다. 나무벤치에 앉아 잠시 문자를 확인하는 그 짧은 시간에 싸움이 붙은 겁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으르렁~” “멍! 멍!” 순간적으로 목줄에 힘이 가해지고 긴장됩니다. 이런 일이 없었는데... 다른 반려견 주인도 어쩔 줄 몰라합니다. 다행히 싸움은 싱겁게 끝납니다. 하지만 잠깐 방심한 사이에 일어난 일에 산들에게 미안해집니다.

 

산들에게 놀란 반려견이 화들짝 달아납니다.

 

잠시 후 안정을 되찾은 산들은 ‘봤지! 나 이런 개야’라는 듯 나를 쳐다봅니다. 앞으로 다른 반려견에게 한눈팔지 말라는 뜻으로도 보입니다. 녀석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 제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습니다. 늘 그렇듯 나무벤치 바닥을 “탁! 탁!” 두 번 두드려도 올라올 생각을 안 합니다. 시쳇말로 녀석은 ‘킹’ 받은 것 같습니다. 주의해야겠습니다. 산들과의 생활, 쉽지 않습니다.

 

짜식~ 감히 어딜 넘봐! 산들은 반려견이 사라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습니다.

 

 


에휴~ 기생에게 수절을 바라지...

 

 

그 인간에게도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해. 산책을 나가더라도 일정한 시간을 정해서 나가야지, 지 기분 내키는 대로 아무 때나 나가면 나는 언제 외출 준비하라는 건지. 아~ 갈 길이 멀다. 그래도 딴에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물론 열심히 노력하는 건 알겠고... 그 정성이 기특해서 몇 번 따라주는 걸 고마워해야 하는데, 요즘은 아예 지 뜻대로 하려는 경향이 있어. 참 내!

 

그리고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냐. 내가 가는 대로 잘 따라오고, 눈치껏 간식도 좀 내주고... 집사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할 거 아냐. 오늘 보니까 아주 가관이더만. 지나가는 반려견마다 방실방실 미소를 던지지 않나, 얼굴을 보니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더만...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반려견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거야. 이거 개무시하는 거 아냐?

 

이런 인간을 믿고 함께 지내야 하는 건지, 고민 좀 해 봐야겠어. 뭐 잘하는 게 있어야지... 그동안 내가 가르치느냐 얼마나 고생했어. 배운 거 십 분의 일이라도 잘 따라왔으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을 거 아냐. 감히 한눈을 팔어! 문자질을 하지 않나, 족보 없는 어린애들이 지나갈 때마다 침을 질질 흘리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더구먼. 에휴~ 기생에게 수절을 바라는 내가 한심한 거지.

 

하지만 어떡해, 한동안 함께 지내야 하니 잘 가르쳐서 내 사람 만들어야지. 일단 이 인간은 공부하는 자세부터 고쳐야 돼. 공부라는 게 아궁이 불 지피듯 준비과정을 거치고 진득해야 되는데, 마치 일회용 라이터 켜듯 잠깐 흉내나 내니... 언제 다 가르치나... 주인이 그리워 밤잠을 설치는데도 저 인간은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 인간들 제 잘난 맛에 사는 건 알겠지만 이 인간은 반려견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어. 뭐, 이것도 내 팔자려니 해야지...

 

어이 인간, 오늘 기분 안 좋으니 그만 집에 가자!
앞정 설 테니 잘 따라와... 어휴~ 저 인간을 언제 다 가르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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