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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책

육림고개, 사진으로 본 거리풍경

by 피터 스토리 2022. 9. 16.

풋풋한 춘천 청년들의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육림극장에서 유래된 육림고개의 멋과 낭만!


 

오는 10월 제주도 여행을 갑니다. 마땅히 입을 옷이 없어 대충 걸칠 것이라도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춘천 명동으로 갑니다. 바람막이 상의와 바지 각각 한 벌, 쇼핑은 금방 끝납니다.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길, ‘육림고개’에 대한 얘길 듣습니다.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그러나 저녁에 손님이 오기로 되어 있어 시간은 넉넉하지 않습니다. 가을바람이 선선해야 할 텐데 오늘은 오후 5시가 가까워지는데도 31℃로 덥습니다.

 

 

청년의 길, 영화로운 육림고개

 

육림고개는 본래 마가리고개라 불렸다고 합니다. 한국전쟁 후 군복과 미제 물건을 팔던 중앙시장이 커지면서 마가리고개까지 좌판이 벌어졌고, 1967년 고개 아래에 육림극장이 생겼습니다. 춘천 최고의 극장으로 유명해지면서 고개 이름도 ‘육림고개’로 바뀌게 됩니다. 이곳에는 생선, 야채, 과일, 미곡 등 농수산물을 도소매하는 노점상이 빼곡했다고 합니다. 군데군데 들어앉은 선술집에는 젊은이들이 모여들었고, 영화와 예술을 논하는 예술가들이 이 거리를 배회했다고 합니다.

 

육림고개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자 젊음의 터전이었습니다. 지금은 청년의 길이 되었고, 춘천시는 이곳에 청년몰로 조성했습니다. 육림고개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황효창 화백은 전봇대에 피에로를 그렸습니다. 피에로는 마법처럼 육림고개에 나타나 예술의 추억과 청년의 열정을 영화처럼 보여줄 것만 같습니다.

 

 

육림고개 갈림길에서 둘러볼 곳을 정합니다. 사전 정보도 없이 그저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골목을 둘러보며, 마치 오래전 이태원 거리를 걸었던 착각에 빠집니다. 평일 오후의 거리는 한산합니다. 천천히 둘러보기로 합니다. 그리고 자유롭게 이곳저곳 사진 촬영을 합니다.

 

M백화점에서 중앙로 67번 길을 따라 내려와 왼쪽 골목으로 들어가는 초입의 풍경입니다.

 

첫 번째 골목으로 들어가 왼쪽을 보면 계단을 올라야 하는 좁은 길이 나옵니다. 계단마다 흰색 페인트로 상호가 적혀 있습니다.

 

계단을 거의 다 올라가면 육림객잔이 푸르른 가을 하늘을 안내합니다.

 

골목 정상에 올라가면 오른쪽에 아가사식당과 이탈리안식당 수아마노가 있습니다. 구옥 벽에는 멋진 그림이 있어 정감을 더합니다.

 

담쟁이가 무성한 집은 아가사식당 맞은편입니다.

 

좁은 계단길을 내려갑니다.

 

석축에 그려진 물고기가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계단 골목을 내려와 육림극장 방향으로 갑니다.

 

골목길을 어느 정도 걷다 보면 왼쪽에 찻집 훈목상회가 나오고,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사진과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춘천로 151번 길 전경입니다. 낯선 곳이지만 낯설지 않음이 반갑습니다.

 

골목 좌측 벽은 온통 영화 관련 그림과 액자로 가득합니다.

 

영화 같은 골목을 돌아 나오는 길 한쪽으로는 다양한 음식점이 오순도순 이어집니다. 일일이 들어갈 볼 수 없어 상징적인 사진 몇 컷으로 대신합니다.

 

불란서 홍차 집이 밖에 내놓은 와인 빈 병들입니다. 그 자체로도 하나의 그림이 완성됩니다. 

불란서 홍차 집에 이어 두 집 정도가 더 있으나 그냥 지나칩니다.

 

영화 같은 골목을 나오며 마주하게 되는 찻집 혼목상회입니다. 청년들이 공연 포스터를 붙이는 모습입니다. 혜화동 대학로에서 흔히 보던 모습입니다.

 

찻집 옆에는 강냉이 집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많은 가게들...

 

그렇습니다. 큰 골목 하나만 거쳤을 뿐인데 알콩달콩합니다.

 

첫 번째 골목을 다 둘러보고 나오면 길, 왼쪽에는 올챙이국숫집이 있습니다. 칼국수에 칼이 없는 것처럼, 올챙이국수에는 올챙이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간판이 재밌습니다.

 

첫 번째 골목을 둘러보고 원점으로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첫 번째 골목과 마주하는, 즉 반대길로 내려갑니다.

 

두 번째 골목 전경입니다. 첫 번째 골목보다는 도로 폭이 조금은 한가로워 보입니다.

 

내려가는 길 초입은 공사 중이라 주의해야 합니다.

 

공사 중이지만 2층에서 영업을 한다는 경양식집입니다.

 

내려가는 길 오른쪽으로 육림고개 맛집의 하나인 어쩌다 농부가 보입니다.

 

우측 전신주에는 황효창 화백의 그림이 마법처럼 나타납니다. 예술의 추억과 청년의 열정을 영화처럼 보여주는 듯합니다.

 

떠날 사람 떠나고 올 사람은 들어오고... 세상사를 이곳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골목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는 역시 육림고개의 맛집 중 하나인 육림포차가 있습니다.

 

이제 두 번째 골목까지 둘러봤습니다. 골목 끝자락에서 돌아가야 하는 길 모습을 담았습니다.

 

청년의 길, 영화로운 육림고개 안내문입니다. 첫 번째 골목에서 본 것입니다.

 

 

사족

아날로그의 감성 곳곳에 남아

새 집, 새 건물과 달리 오래된 것은 오래된 대로 남다른 감성을 자아냅니다. 특히 청년들이 운영하는 작은 카페, 음식점, 술집 등은 들어가 보지 않아도 정감이 묻어납니다. 생각 같아서는 날 잡아 어스름한 저녁에 간단한 안주를 벗 삼아 술 한 잔 기울이고 싶을 정도입니다. 낯선 곳에서 낯설지 않은 감성을 느낀다는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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