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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책

[김유정의 봄·봄] ‘동백꽃’과 닮은 점 많은 ‘봄·봄’

by 피터 스토리 2022. 10. 17.

 


김유정문학촌에서 캐릭터로 만나는 ‘봄·봄’


 

김유정문학촌을 이틀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아트팩토리 봄에서 오후 2시 공연인 ‘금 따는 콩밭’을 미리 예약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김유정문학축제가 끝나는 날(10월 16일)이라 조금 일찍 나선 것입니다.

 

 

김유정의 ‘봄·봄’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인 소설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잘 읽어보면 동백꽃(소설)과 겹치는 점이 많습니다. 특히 여주인공인 점순이의 이름이 같은 데다 캐릭터성도 츤데레로 겹치고, 숙맥인 주인공이 등장하며, 점순이의 아버지는 둘 다 마름이고, 시간적·공간적 배경까지 같기 때문에 잠시 혼동하기도 합니다. 비슷한 캐릭터에 내용만 조금 다른 것 같아 ‘동백꽃’은 ‘봄·봄’의 2탄이라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두 소설의 발표 시기(봄·봄 1936년 2월, 동백꽃 1936년 4월)는 두 달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점순이의 부추김에 나는 급기야 장인님의 바짓가랑이를 움켜잡고 드잡이를 하게 되는데...

“...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놔... 할아버지! 놔라, 놔, 뇌, 뇌과... 에그머니! 이 망할게 아버지 죽이네! ... 이 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점순이는 어수룩하게 일만 하는 나에게 되알지게 쏘아붙인다.

“... 밤낮 일만 하다 말 텐가... 그럼 어떡해? ... 성례 시켜달라기 뭘 어떡해... 쇰을 잡아채지 그냥 둬, 이 바보야?”

 

장인은 점순이의 키가 미처 자라지 않는다는 핑계로 계속해서 점순이와 나와의 성례를 미룬다.

“... 제----미 키두! 하고 논둑에다 침을 퉤 뱉는다. 아무리 잘 봐야 내 겨드랑 밑에서 넘을락 말락 밤낮 요 모양이다. 개돼지 푹푹 크는데 왜 이리도 사람은 안 크는지......”

 

장인은 품삯을 아끼기 위해 점순이와의 성례를 명목으로 나를 데릴사위로 삼아 일만 시킨다.

“... 점순이는 둘째 딸인데 내가 일테면 그 세 번째 데릴사위로 들어온 셈이다. 내 다음으로 네 번째 놈이 들어올 것을 내가 일두 참 잘하구 그리고 사람이 좀 어수룩하니까 장인님이 잔뜩 붙들고 놓질 않는다......”

 


 

 

김유정의 ‘봄·봄’ 줄거리

 

주인공은 데릴사위로, 동네에서 욕필이라 불리며 악명이 자자한 예비(?) 장인이 무려 3년 7개월 동안 새경 없는 머슴으로 부려먹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그 머슴살이를 하는 이유는, 장인의 차녀 점순이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서인데 장인은 점순이의 키가 작은 것을 들먹이며 아직 덜 자랐다는 이유로 도통 성례(결혼)를 시켜 주지 않고, 내외를 운운하며 점순이를 잘 만나게 해 주지도 않습니다.

 

사실, 장인의 이런 행동은 주인공의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것으로, 주인공 이전에 점순이 데릴사위를 두 명 들였지만 다들 머슴질에 지쳐서 도망쳤습니다. 점순이의 언니 때는 그보다 더해서 무려 14명의 데릴사위를 들였다고 합니다. 주인공은 앞서의 두 명에 비해 어수룩하여 미루면 미루는 대로 잘 속는 데다 힘은 세서 농사일에 부려먹기 좋기 때문에, 셋째 딸이 자라서 데릴사위를 들일 수 있을 때까지 장인은 온갖 수단을 다해서 주인공을 붙잡아 놓을 속셈입니다.

 

주인공은 어수룩한 척하지만 장인의 꼼수를 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만 있을 뿐 어찌할 수 없으니 계속 속아주면서 눌어붙어 지냅니다. 가끔 성례 시켜 달라고 파업과 태업, 관청에 호소, 실력행사에도 나서지만 그때마다 장인에게 번번이 처절하게 진압당할 뿐입니다. 물론 장인 역시 무조건 큰소리만 칠 입장이 못 되니, 이 녀석이 일하지 않으면 한 해 농사는 물론이고 여러 온갖 집안 집 밖 잡일들을 망칠 게 뻔합니다. 해서 때론 때리고, 때론 호통도 치고, 때론 애걸복걸도 하면서 최대한 오랫동안 집에 묶어놓고 농사일을 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웬일로 말짱하게 밥을 잘 이고 온 점순이는 주인공에게 성례를 시켜 달라고 아버지를 조르라며 채근하고, 장인이 거절하면 어쩌느냐고 하자 “수염을 잡아채지, 이 바보야!” 하고 화를 냅니다. ‘이 바보야!’라는 말에 절망한 주인공은 폭발하여 마침내 장인에게 대들기로 결심합니다. 하지만 이제껏 막상 대들어 본 적이 없었기에 일단 꾀병으로 시작하다가, 점순이가 엿보고 있다는 걸 알자 바보처럼 보일까 봐 적극적으로 나서서 장인의 수염을 잡고 “이걸 까셀라부다!”하며 상남자임을 보여줍니다. 이에 장인이 지게 작대기로 어깨를 내리치자 주인공은 홧김에 장인을 떠밀어서 굴려버리고 일어나면 다시 굴리기를 반복합니다.

 

“부려만 먹고 왜 성례는 안 시켜주냐?”, “얘 키가 커야 성례를 시켜주지” 하면서 치고받는 사이, 주인공이 묵직한 팩트를 날리자 약이 오른 장인은 주인공의 거시기를 움켜잡아서 반쯤 죽게 만들고, 이에 주인공도 장인어른의 거시기를 움켜잡아서 장인어른 입에서도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게 만들며 혼절 직전까지 몰아붙입니다.

 

그러나 편을 들어 주려니 여겼던 점순이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에그,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라며 장모와 함께 달려들어서 뒤치기를 하고, 점순이의 배신(?)에 얼이 빠진 주인공은 장인의 지게 작대기에 얻어터지면서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쫓겨나리라 각오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내쫓으면 당장 농사지을 사람이 없는 장인은, 주인공의 터진 머리를 손수 치료하고 궐련 담배도 찔러 주면서 “올 가을에는 꼭 성례 시켜 주마. 나가서 콩밭이나 갈아라”라고 다독거립니다. 그러자 주인공은 고마워서 “다시는 안 그러겠어유!”라며 콩밭을 갈러 나갑니다. 결국 혼례는 이루지 못하고...

 

 

 

사족

화창한 듯 하지만 곧 비가 내릴 듯한 날씨에 실레마을에 도착합니다. 한적하면서도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의 발길이 정겹습니다. 실레마을은 문학과 예술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오늘은 가벼운 마음으로 그 속으로 들어갑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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