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빈대떡의 추억과 2천5백 원짜리 해장국
무교동 낙지골목을 떠올리게 하는 종로낙지집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에 추억과 낭만 넘쳐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시작 부분 가사입니다. 하지만 우리 삼 형제는 그 시절을 떠올리며 종로빈대떡을 찾아갑니다. 형은 광화문, 저는 계동 골목에 있는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러니 종로와 낙원상가, 신신백화점, 화신백화점에 대한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종로통에서 ‘빈대떡’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교보문고 옆, 그러니까 종로 큰길 뒤 피마길에 있는 기찻길집입니다. 광화문 사거리 주변에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서울신문 등 신문사가 몰려있어 신문사 길이라고도 합니다. 좁디좁은 피마길에는 빈대떡집을 비롯해서 연탄불 생선구이, 해장국, 백반집 등이 즐비했습니다.
낙원악기상가 아래에는 ‘소문난 국밥집’이 있습니다. 10여 년 전 이 집에서 해장국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우거지 선짓국에 깍두기 하나만 나왔는데, 깔끔한 맛이 기억에 남네요.
아직도 그 가격, 2천5백 원을 받고 있습니다. 소주가 3천 원, 착합니다. 손님 대부분은 탑골공원에 나들이 나온 어르신들입니다.
종로로 나가는 길, 비는 좀처럼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폭우도 아니고... 우산을 쓰기도 애매합니다.
드디어 나옵니다. 종로빈대떡집입니다. 이미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그렇죠. 비 오는 날은 빈대떡이죠.
저녁은 다른 곳에서 먹어야 하기에 우리 형제는 간단히 빈대떡 맛만 보자며 들어갑니다. 이 집 주문의 기본인 빈대떡 두 장과 막걸리를 주문합니다.
“누가 주문한 거야?” 담배를 태우고 들어가니 주문한 빈대떡이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굴 빈대떡이라니, 굴은 한겨울에 먹는 건데...
굴이 들어간 빈대떡, 겉은 바삭하며 속은 부드러운 맛! 옛 생각이 소록소록 살아나는 맛입니다.
양파장에 살짝 찍어 먹습니다. 피마길 기찻길집에서는 매우 짠 어리굴젓이 나왔는데...
막걸리가 나왔습니다. ‘소주파’인 제겐 정말 오랜만에 보는 막걸리입니다. 술을 참습니다. 운전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형과 막냇동생의 건배!
오랜만에 맛보는 종로빈대떡, 그 시절의 얘기가 안주로 오릅니다.
종로빈대떡집에 ‘스페셜 안주’가 있군요. 하지만 저녁은 다른 곳에서 먹어야 하기에 참습니다.
종로빈대떡집을 나오니 길 건너 종로낙지가 보입니다. 종로통의 ‘낙지’는 무교동이 원조입니다. ‘무교동낙지’를 모르면 서울 사람이 아닐 정도로 유명했습니다. 잠시 비가 그쳤네요.
종로빈대떡집을 나와 다시 인사동으로 갑니다. 저녁을 먹으러 가는 길이죠. 방금 빈대떡을 먹었음에도...
종로빈대떡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표로 119 1층
(02) 745-0733
사족
피마길은 사라져야 했을까...
조선시대에는 신분이 낮은 백성들이 큰길을 가다 고관대작들을 만나면 행차가 지나갈 때까지 땅바닥에 엎드려 있어야 했습니다. 그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좁은 뒷골목을 이용해서 양반들이 탄 말이나 가마를 피해서 다니는 길이 바로 ‘피마(避馬) 길’입니다. 종로 큰길을 따라 이면도로처럼 이어진 피마길에는 백반집을 비롯해서 생선구이집, 해장국집, 빈대떡집 등이 다닥다닥 붙어있었습니다. 당시 샐러리맨들이 주로 이용했던 삶의 애환이 서려있던 곳이 바로 피마길입니다. 하지만 2009년 종로 재개발로 예전의 피마길은 대부분 사라지고 일부 구간만 형식적으로 건물 사이에 통로를 남겨 두었습니다. 버릴 것은 버리고, 고칠 것은 고쳐야겠지만 우리 역사와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 사라진 것은 못내 아쉽습니다. 그곳에는 힘들고 어려웠던 젊은 날의 추억이 고스란히 숨 쉬고 있었는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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