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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김영한 사진전] 김영한의 ‘나한(羅漢)’을 만나다

by 피터 스토리 2022. 11. 17.

 


지친 마음에 위안을 주는 나한, ‘김영한 사진전, 나한(羅漢)’ 

11월 17일(목)부터 21일(월)까지 춘천 아트플라자 갤러리


 

‘김영한 사진전, 나한(羅漢)-해학과 엄숙’이 11월 17일(목)부터 21일(월)까지 춘천 아트플라자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아트플라자 갤러리와 이웃한 춘천미술관에서는 제18회 춘천현대사생회展 ‘2022 봄내골 안풍경 밖풍경’(2022.11.18.~23) 전시 준비로 부산합니다.

 

‘춘천미술관에 가면 전시회가 열리고 있겠지...’라며 무작정 나선 길이었는데, 정작 춘천미술관은 하루 먼저 온 셈이 되었고, 그 옆에 있는 아트플라자 갤러리에서 ‘김영한 사진전’을 만나게 됩니다. 더욱 반가울 수밖에요. 해서 제목도 김영한 작가의 인사말에서 따온 ‘지친 마음에 위안을 주는 나한’으로 했습니다.

 

전시장에는 ‘광화문연가’가 바이올린 선율을 타고 은은하게 울려 퍼집니다. 참 좋습니다.

 

이제 천천히 전시장을 둘러봅니다. 다음에 소개하는 것은 전시장에서 촬영하지 못한 작품과 사찰별 나한상에 대한 설명은 김영환 사진집 ‘나한’을 참고했습니다.  

 


나한(羅漢)

희노애락 초월한 천의 얼굴

 

나한은 부처의 가르침을 통해 진리를 깨달은 존재입니다. 수행자가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단계를 의미하며 ‘아라한’이라고도 합니다. 인간의 번뇌를 이겨내고 깨우쳐 부처님 경지에 도달한 존경의 대상입니다. 나한은 죽음에 들지 않고 정법을 수호하며 대중의 복전을 이끄는 역할을 합니다. 부처는 높고 어려운 존재로 인식되어 서민들은 일상의 소원성취를 빌 때 스스럼없이 나한을 찾아 속마음을 털어놓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나한상은 보통 나한전(羅漢殿), 응진전(應眞殿), 영산전(靈山殿)에 안치합니다. 숭엄한 불상과 달리 나한은 개성적이고 자유분방한 모습입니다. 그 숫자도 다양해 16나한, 5백 나한, 1200 나한 등으로 조성됩니다. 우리 이웃의 얼굴과 심성을 닮은 듯 한 나한상은 소박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제작에 특별한 형식이 없어 돌·나무·흙·철 다양한 재질로 규격과 생김생김도 제각각으로 희로애락(喜怒哀樂)을 초월한 천의 얼굴이 자유롭게 표현된 독창성이 뛰어난 불교예술품입니다.

 

 


작가노트

지친 마음에 위안을 주는 나한(羅漢)

김영한

 

나한상을 처음 대한 곳은 꽃살문으로 유명한 성혈사였다. 촬영을 마치고 문득 전각 내부가 궁금하여 들어가 보니 아담한 크기와 다양한 표정을 한 나한들이 앉아 있었다.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모습과 수행자로서의 엄숙함이 더해진 독특한 모습들이 단번에 나를 사로잡았다. 하나하나 살펴보니 마치 “너의 고민을 얘기해봐. 내가 들어줄게”라고 말을 거는 듯하였다. 그때 품었던 감성은 국립 춘천박물관의 창령사지 출토 나한상들을 통해 다시 이어졌다. 그 무렵부터 체계적으로 나한을 공부하고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나한 기도도량으로 유명한 사찰들을 찾아다녔다.

 

나한상은 불교적 이상세계에서만 존재하는 불·보살과 달리 도상과 양식적인 측면에서 창의성이 넘치는 매력적인 장르이다. 실제로 나한의 얼굴을 보면 우리 인간의 모습과 닮아 있고 특히 해학적인 모습이 많이 등장한다. 나한들의 다양한 모습과 표정을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불교 조각의 다양한 미의식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쉬움도 많았다. 함부로 접근할 수 없고 조명도 사용하지 못하는 여건으로 사진의 완성도는 한계를 느끼지만 나름의 심성을 통해 마주한 결과물이다.

 

“나는 체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줄의 문장도 체험한 것 그대로 쓰지는 않았다.”라는 괴테의 말을 내 사진의 창작정신으로 적용하고 싶었다. 이제 전통문화를 주제로 하였던 조선왕릉, 꽃살문, 사천왕, 나한에 대한 전시와 출간은 일단 마무리되었다. 여정은 쉽지 않았지만 숙제를 마친 듯 한 홀가분한 느낌이 든다. 이제 산사에서 내려간다. 올라갈 때보다 무엇이 성장하고 달라졌는지 생각해본다. 목적(전시, 출간)에 대한 욕심이 앞서 과정(사색, 성찰)의 소중함이 소홀해진 아쉬움은 진하게 남는다.

 


서평

심성언어를 채굴하는 사진가의 꿈을 엿보다

樂涯 심창섭 수필가

 

사진가 김영한은 사진의 출발선에 함께 섰던 지기(知己)이다. 그때 그는 인텔릭 하고 온화한 청년 은행원이었다. 조용하고 말이 별로 없는 성품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의 휴대폰 카톡에 ‘천천히 그리고 꾸준하게’라는 신조가 보였다. 세속의 거울로 보면 영악하지 않지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성품을 지닌 사람이다.

 

그가 ‘나한’을 주제로 개인전과 더불어 작품집을 출간한다. 그동안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지역 사진단체장 봉사와 그룹전으로 꾸준히 사진작업을 이어왔다. 2018년 ‘조선왕릉’ 작품집 출간을 계기로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우리문화재의 다수를 품고 있는 불교유산에 초점을 맞추고 전국의 사찰 답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결실된 ‘꽃살문’, ‘사천왕’ 작품집을 발간해 자신의 사진세계를 뚜렷하게 드러냈다. 그 와중인 2021년에는 동강국제사진제 강원도사진가 초대전에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그의 작품집을 펼쳐 사진적 기호와 색깔을 찾는다. 사진에는 작가의 의도와 무의식의 인성이 담겨 ‘담백하고 한결같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작가와 작품의 변함없는 올곧음의 우회적 표현이다. 절집은 불자가 아니어도 고즈넉한 분위기로 마음의 치유를 위해 찾는 곳이다. 하지만 그는 사찰의 중심에서 한발 비켜 있는 나한상에 초점을 맞추었다. 불상과 달리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나한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자이다. 중생들도 수행을 통해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존재이다. 그도 깨우침이 필요했던 것일까.

 

나한전의 실내는 대체로 어둡다. 살문을 통해 비추는 자연광과 흐린 백열등이 어둠과 밝음으로 나한의 모습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경배대상이라 촬영과 접근이 쉽지 않다. 그는 작업에 앞서 어둠에 익숙함과 나한에 대한 예의로 30여 분 묵상을 했다. 격식을 갖춘 작업태도에 인성이 드러난다.

 

김영한은 불자가 아님에도 긴 시간 분주한 발품으로 절집을 드나들었다. 시각적 효과를 충족할 수 있는 많은 소재의 유혹을 뿌리치고 나한을 택한 고집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담백하게 나한의 심중을 자신의 언어로 풀어낸다. 억지예술성을 사양하고 증명사진을 찍듯 나한과 마주하는 대담함이다. 연륜 있는 작가들의 몰입과 표출방식이다. 좋은 사진이 어떤 것인지는 영원한 수수께끼이다. 타인의 시선과 의견에 끌려가다 보면 나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일관된 자세로 이끌고 나가야 한다.

 

나한은 도식화된 불상과는 전혀 다르다. 또 하나도 아닌 16,500의 많은 나한이 각기 다른 개성과 조형미로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표출하고 있다.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는 우리의 일상을 보는 듯하다.

 

예술가의 표현력은 감각과 순발력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감성과 취향이 우선된다.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김영한의 사진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대상을 향해 끈질기게 자문자답을 거듭한다. 이번 작품은 직감에 의존한 것이 아닌 자아를 나한에 투영한 듯하다. 작가는 무심하게 ‘너는 누구이고 나는 또 누구인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예술의 옷을 입은 나한은 ‘네 안의 거울을 보라’는 화두로 응수하는 듯하다. 과연 우리는 잘 살아가고 있는지 문득 내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짧지 않은 여정이었기에 충전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오늘도 자신만의 언어를 채굴하고자 렌즈 뒤에 서성이고 있을 그를 떠올린다. 그의 예술여행은 멈춤이 없을 것이다. 다음 만남은 지금보다 까칠하고 모난 돌의 날카로움으로 우리 모두를 놀라게 해 주길 기대한다.

 

 


 

성혈사 나한전(경북 영주)

소백산 기슭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품고 있는 고찰 성혈사에서 마주친 나한상은 이번 전시와 출간의 출발점을 이룬 운명적인 관계를 갖게 하였습니다. 근엄한 부처상과는 달리 나한상은 이웃 아저씨 같은 친근함으로 불교 답사의 또 다른 활력소로 다가왔습니다. 나한은 아라한의 줄임말로 불제자 중에 깨달음을 얻은 분들로 대중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성자를 말합니다. 나한전은 16분 또는 500분의 나한을 형상화하여 모신 법당으로 응진전이라고도 합니다.

 

 개암사 응진전(전북 부안)

부안 능가산 기슭에 자리한 ‘능가산 개암사(楞伽山 開巖寺)’에 위치한 천년고찰입니다. 울금바위가 인상적인 개암사의 대웅보전 우측에 큰 규모의 응진전이 위치합니다. 나한상은 높이가 90cm 내외의 크기로, 조선 후기 전형적인 나한상의 양식을 따르고 있지만, 얼굴의 자연스러운 표정이나 앉아 있는 자세 등이 다양합니다. 나한상은 모두 민머리로, 희고 긴 눈썹은 길게 늘어지고 이마에 잔주름이 표현된 노스님과 눈썹과 수염이 듬성듬성한 젊은 수행자의 모습의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결가부좌한 나한상은 경전, 염주, 사자 등의 지물을 들고 있습니다.

 

 청평사 나한전(강원 춘천)

다섯 봉우리로 형성된 오봉산 품에 자리한 청평사는 서기 973년(고려 광종 24) 선사 영현이 백암선원으로 창건한 천년 고찰입니다. 고려 초기 선(禪)을 수행하던 도량으로 사찰을 중심으로 계곡 폭포·소·기암괴석·너럭바위 석굴 등 자연물에 영지(影池) 등 인공물을 자연스럽게 가미하여 정원처럼 선원을 형성하였습니다. 사찰의 중문(천왕문)인 회전문보물 164호를 비롯하여 사지(寺地), 삼층석탑과 명승 70호인 고려선원 등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전통 사찰입니다. 대웅전 전면 오른쪽에 위치한 나한전에는 사실적인 표정을 가진 십육나한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창령사지 나한상(국립춘천박물관)

강원도 영월군 남면 창월리 산기슭에 사찰 신축을 위해 2001년 평탄작업을 하던 주민에 의해 선물처럼 발견된 창령사지 나한상, 불과 50cm 정도 높이의 화강암 돌덩어리에서 어렴풋하게 표정이 나타나 발견된 유물입니다. 원형과 파손된 것까지 총 317점의 나한상과 청자편, 창령(蒼嶺)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기와 조각이 발굴되면서 창령사 터로 밝혀진 곳입니다. 발굴 당시 64점만 완성품이고 나머지는 모두 일부가 파손된 상태였습니다. 복원작업으로 13점이 추가로 본모습을 찾아 77점이 되었습니다. 15~16세기쯤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곳 나한상은 우리 곁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표정을 가진 얼굴로 주름살 가득한 얼굴, 익살스러움, 하품을 하는 듯한 표정 등이 일품입니다. 세밀한 표현이 어려운 화강암이라 툭툭 건드리듯 무심하게 다듬은 듯하나 표정은 생생히 살아 있습니다.

 

 금산사 나한전(전북 김제)

금산사는 백제시대에 창건되어 14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명찰입니다. 호남평야 가운데 우뚝 솟은 모악산 서쪽 자락에 위치하며, 금산사 일원은 사적 제496호입니다. 나한전은 석가여래를 중심으로 문수, 보현보살을 봉안하였습니다. 또한 석가의 으뜸 제자인 아난과 가섭을 모셨고, 십육나한상을 조성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들 뒤편으로 소형의 목조 오백나한상을 계단식으로 봉안하였습니다.

 

 칠장사 나한전(경기 안성)

어사 박문수가 과거 보러 가다가 나한전에서 기도하다 잠들어 꿈에 부처님이 나타나 과거 시제를 알려 주었다는 전설이 있어, 해마다 수능 기간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습니다. 옆 산길에는 ‘박문수의 길’이 있고, 나한전 앞 작은 개울에는 몇 년 전에 나무다리를 만들어 놓고 ‘어사 박문수의 합격다리’라 이름 붙여 두었습니다. 나한전 내부에는 큰 바위가 있고, 특이하게 - 십육나한이 아닌 - 이 절의 기원이 연상되는 7구의 나한이 있는데, 높이 30cm 내외의 작은 돌에 특이한 표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혜소국사가 7도둑을 교화하여 현인으로 만들었다는 설화가 전해집니다.

 

 목아박물관 나한상(경기 여주)

한국의 전통 목공예와 불교미술의 계승 발전을 위해 1993년 6월 개관한 사립 전문 불교 박물관입니다. 한국의 전통 불교조각 기법을 보존하고 새로운 기법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한편 우수한 전통 공예문화를 후세에 알리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불교와 관련된 문화유산과 현대의 불교 조각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수도암 나한전(경북 김천)

수도산 자락 해발 1,080m 높은 산중에 있는 암자로, 도선 국사는 859년 수도처로서 이 터를 발견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여 7일 동안 춤을 추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그 뒤 이 절은 수도승들의 참선도량으로 그 이름을 떨쳤으나 6·25전쟁 때 전소되었다가 최근 들어 크게 중창하였습니다. 대적광전의 앞뜰에 올라서면 멀리 해인사가 있는 가야산이 연꽃 봉우리처럼 보입니다. 영험하기로 알려진 나한전에는 다른 절집과 다르게 나한들이 유리상자 안에 모셔져 있어 아쉬웠습니다.

 

 등명낙가사 영산전(강원 강릉)

정동진리 괘방산 중턱에 위치한 해수 관음도량의 조계종 사찰입니다. 등명낙가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처음 세워서 ‘수다사’라고 했습니다. 조선 초기에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해 폐사되었다고 전해 내려옵니다. 1957년에 낙가사란 이름으로 암자를 짓고 1980년에 중창불사를 시작하여 등명낙가사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극락보전, 대웅전, 영산전 모두 아름다운 꽃살문으로 조성되어 있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동해바다는 시원합니다. 2019년 7월 창건된 영산전에는 오백나한, 십팔성중, 십대제자, 문수·보현보살님이 모셔져 있습니다.

 

 충효사 나한상(경북 영천)

건물은 없지만 ‘오백나한전’으로 칭하고 있는데, ‘하늘을 지붕 삼는다’는 의미라 생각합니다. 충효사의 나한은 일단 크고, 우락부락한 표정에 이국적으로 느껴집니다. 오백 개의 나한상을 진열한 방식은 마치 모기향 같은 나선형으로 특이하게 배열되어 있으며, 백옥으로 조성되어 ‘세계 최대 백옥 오백나한’으로 알려집니다. 이외에도 지장보살 등 다양한 불교 조각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볼거리 많은 사찰입니다.

 

 불교 천태중앙박물관 나한상(충북 단양)

구인사 입구에 자리 잡은 불교 천태 중앙박물관은 불교와 관련된 전적, 회화, 공예, 조각 등의 다양한 유물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국가지정문화재 43점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몽골, 티베트, 파키스탄 등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다양한 불교 관련 유물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앞 정원에는 화강암으로 조성된 크고 다소 투박한 모양이나 개성적인 십육나한상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송광사 나한전(전북 완주)

‘불교문화재의 보고’라 불리는 완주 송광사의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은 1656년 조성되었습니다. 당시 제작된 나한상 중 수량과 규모면에서 가장 큰 작품으로 참여한 조각승도 30명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석가여래좌상을 중심으로 좌우 협시보살, 나한상, 인왕상, 동자상 등이 배치되어 있으며, 제작방식도 당시 유행한 목조와 소조, 채색 기법 등을 두루 활용하여 작가의 재치와 개성이 잘 드러나 있고 작품성도 뛰어납니다.

 

 석굴암 나한전(경기도 양주)

대표적인 나한기도도량으로 꼽히는 양주 오봉산 석굴암은 우이령의 숨은 암자입니다. 우이령 길은 지금도 북한산국립공원에서 유일한 사전예약 구간입니다. 우이령 길 중간 부근에서 가파른 길을 20여 분 올라 경내에 이르면 석굴암이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석굴법당, 나한전이 있습니다. 자연 동굴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고려 말 나옹화상이 여기에서 정진했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돌로 빚은 나한상의 표정은 하나같이 무척 편안하고 자연스러워 보이고, 불자들에게는 나한기도가 영험하기로 이름나 있습니다. 우이령 전망대에서 보는 오봉의 모습은 수고에 대한 보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곡사 응진전(충남 공주)

마곡사는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의 하나로 꼽히며, 2018년‘'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대표적인 사찰입니다. 백범당(김구 선생 은거지) 바로 옆에 위치한 응진전 내부에는 ‘ㄷ자’ 형의 불단을 두고 석가여래를 모셨고, 그 바깥으로 좌우에 십육나한을 모셨습니다. 그러나 불상처럼 금칠한 나한상의 모습은 낯설었고, 앞에 소주병과 과자 안주가 배열된 모습은 파격이었습니다.

 

 선운사 영산전과 도솔암 나한전(전북 고창)

- 선운사 영산전은 석가모니의 일생을 기리고 그 행적을 보여주는 전각입니다.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는 기록이 있고, 1713년에 2층을 다시 단층으로 개조하였습니다.

- 선운사의 산내암자인 도솔암의 나한전은 1985년 전북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었습니다. 정면 3칸 측면 1칸에 맞배지붕으로 되어 있으며, 현존하는 건물은 건축수법으로 보아 조선 말기에 세워진 것으로 보입니다. 나한전 내부에는 흙으로 빚은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가섭과 아난이 협시하였고, 1910년 용문암에서 옮겨온 십육나한상을 모시고 있습니다.

 

 북대(北臺) 미륵암 영산전(강원 평창)

삼국유사에는 오대산에 대한 여러 기록이 있어 불교의 성지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북대에 관해서도 “북대 상왕산에는 석가여래를 수위로 해 오백의 대아라한이 늘 있고...”라는 기록(제3권 탑상 제4)이 있음을 볼 때, 북대 미륵암은 우리나라 나한사상의 출발지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북대는 그냥 상상만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도보로 편도 5km의 가파른 산길을 올라(약 2시간 반) 해발 1,300m 지점에 이르면 호젓한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서원 같은 큰 건물들이 나타납니다. 하나뿐인 법당인 영산전에 있는 큰 목각탱은 정교하고 화려합니다.

 

 청량사 응진전(경북 봉화)

청량사는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당시 26개의 암자를 거느린 신라불교의 요람이었습니다. 수려한 자연경관과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는 명산으로, 어풍대에서 내려 보는 가을 청량사의 모습은 절경입니다. 원효대사가 수도를 위해 머물렀던 곳이라는 응진전 뒤로는 거대한 금탑봉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고 아래로는 천 길 낭떠러지 바위가 마치 금탑 같은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응진전은 고려말 노국공주가 십육나한상을 모시고 기도 정진한 곳으로, 기도 영험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나한 기도도량입니다

 

 대전사 나한전(경북 청송)

주왕산 대전사~학소대~용연폭포 사이의 아름다운 산길은 기암괴석과 작은 폭포들을 보는 재미로 2~3년마다 한 차례씩 10월 말 무렵에 인근 청량산과 함께 찾아보게 됩니다. 대전사는 뒤편의 기암과 함께 시작부터 환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작 제일 큰 전각인 나한전엔 좀체 눈길이 가지 않지만 사실적인 표현을 한 십육나한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보문사 나한상(경기 강화)

강화 석모도에 위치한 보문사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음성지로 신라 선덕여왕대인 635년에 창건되었다고 합니다. 오백나한은 2009년 와불전과 함께 천인대에 조성되었고, 진신사리가 봉안된 33관음보탑을 오백나한들이 감싸고 설법을 듣는 형태로 조성되었습니다. 오백나한상은 오백나한의 모습과 표정이 모두 달라 각각의 개성적인 모습을 자유분방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망월사 영산전(경기 의정부시)

의정부 망월사역에서 내려서 원도봉 계곡을 따라 경사진 산길을 약 한 시간 발품을 팔아야 닿을 수 있습니다. 금강문 앞에서 도봉산 자운봉을 배경 삼아 올려 보는 영산전의 모습은 사계절 아름다워 방문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영산전에는 나옹선사가 조성하였다고 전하는 자그마한 십육나한이 모셔져 있습니다.

 

 와우정사 나한상(경기 용인)

와우정사(臥牛精舍)는 ‘사찰은 이렇다’는 식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습니다. 마치 불교테마공원 같기도 하고 ‘불상들의 박물관’이란 별칭도 있습니다. 오백나한상은 반원형석 안에 조성된 나한상들이 길게 밀집되어 있고, 중앙 상단에는 와불이 있는 이채로운 모습입니다. 오백나한이란 명칭은 부처가 열반한 뒤 제자 가섭이 부처의 설법을 정리하기 위해 소집한 회의 때 모인 제자 500명을 ‘500나한’이라고 한 데서 기원합니다.

 

 백담사 나한전(강원 인제)

주불전인 극락보전과는 다른 공간에 위치하고 있고 규모도 크며(오백나한), 깊은 산중에서 수행한다는 의미로 나한전의 비중을 크게 한 듯합니다.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사는 1905년 이곳 백담사에서 머리를 깎고 입산수도하여 깨달음을 얻어 ‘조선불교유신론’과 ‘십현담주해’를 집필하고 ‘님의 침묵’이라는 시를 발표하는 등 불교유신과 개혁을 추진하였으며, 일제의 민족 침탈에 항거하여 민족독립운동을 구상하였던 독립운동의 유적지로서도 유명합니다. 만해의 흉상과 나한전을 함께 보는 시선은 늘 새롭습니다.

 


 

김영한 金永漢

1986.1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입회

2014.11~2017.1 (사)한국사협 춘천지부장 역임

2017.2~2021.2 춘천예총 수석부회장 역임

 

1986~ 사협 춘천지부 회원전, 그룹전, 국제교류전 참가

2018.9 사협 춘천지부 4인 테마전 ‘石人’

2020.12 개인전 ‘꽃살門’, 5NOTE

2021.7 동강국제사진제 강원도작가 초대전 ‘해탈에 이르는 문’

2022.11 개인전 ‘나한: 해학과 엄숙’

 

2018.9 사진집 ‘조선왕릉’ 발간(120쪽, ART IN LIFE)

2020.9 사진집 ‘꽃살門’ 발간(115쪽, 강원일보사)

2021.12 사진집 ‘사천왕’ 발간(100쪽, 강원일보사)

2022.11 사진집 ‘나한’ 발간(120쪽, 강원일보사)

 

2016.12 한국예술총연합회 유공예술인상

2017.9 강원도지사 표창(제55회 강원예술제)

2017.11 제35회 춘천시민상(문화예술부분)


나한(羅漢)

김영한 사진전-해학과 엄숙

2022.11.17~11.21, 10:30~18:00

춘천 아트플라자 갤러리

후원; 춘천문화재단

 

 

사족

사진은 ‘빛의 놀음’이라는 말 떠올라

전시장을 둘러보며 문득 20년 지기 노 사진작가의 얘기가 떠오릅니다. “사진은 빛의 놀음이야. 또 부지런한 만큼 그 결과가 나오지...” 그 결과를 김영한 사진전에서 실감합니다. 도록에 수록된 수필가 심창섭의 말처럼, “직감에 의존한 것이 아닌 자아를 나한에 투영한 듯하다”는 데 공감합니다. 전시장에는 ‘광화문연가’가 바이올린 선율을 타고 은은하게 울려 퍼집니다. 참 좋습니다. ‘나한(羅漢)’을 주제로 열린 전시회지만 작가는 불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문득 춘천박물관에서 본 ‘창령사 터 오백나한전’이 떠오릅니다. 오늘, 또 다른 ‘나한(羅漢)’을 만납니다.

춘천은 문화도시

조금은 이른 목요일, 미술관을 찾았더니 개관 하루 전입니다. 춘천미술관에서 시청 쪽으로 내려가 올훼의 땅에 가보니 ‘2인전’은 브레이크 타임에 걸립니다. 이웃한 ‘본책’을 둘러보고 그 옆에 있는 ‘마실북스’에서 차 한 잔을 마십니다. 반경 몇 백 미터 안에 사생회전와 사진전, 2인전, 그리고 북카페들이 있습니다. 문화의 거리를 걷는 듯합니다. 조금 이른 목요일, 주말을 기다립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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