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의 발길 꾸준하지만 더 이상 ‘곰들의 행진’에 낄 생각 없어
제주 첫날입니다. 공항에 내리니 햇살이 다르게 느껴질 정도로 쾌청합니다. 예약한 렌터카를 받기 위해 픽업차량에 오릅니다. 지난번 여행에서의 고생(?)을 경험으로 이번엔 공항에서 가까운 렌터카업체를 예약했고, 운전자 신상정보 및 보험까지 완벽하게 처리하고 갑니다. 눈도 마주치지 않는 안내원의 기계적인 응대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되었습니다. 차량을 인수하고 나옵니다.
펜션이 있는 곳은 제주 동북부 중산간 지역이지만 해안도로를 타고 갑니다. 일단 점심식사부터 해야 하는데 미리 정해둔 곳이 없어 뒤늦게 검색을 해봅니다. 결정했습니다. ‘곰막식당’, 사진을 보니 소박하고 해안가에 있어 운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막상 도착하니 사진에서 보던 것과 달리 규모가 제법 크고, 주차장에는 차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대기하는 손님들이 즐비합니다. 대부분 젊은 관광객들입니다.
분명 소박한 식당 같았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 사실 사진 속 식당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맛집 같았거든요. 아무튼 사전에 코스를 정하지 못했으니 예약 접수를 하고 기다립니다. 빈자리가 있는 거 같은데...
한참을 기다린 후 키오스크(무인 주문 기계)로 주문하고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수록 시장기는 배가 됩니다. 이때는 무얼 먹어도 맛있죠.
‘처음 반찬은 차려드립니다’와 ‘식사시간은 1시간제로 운영됩니다’라는 안내문도 봤기에 느긋하게 식사하려면 주문한 음식이 빨리 나올수록 좋겠죠.
얼마나 기다렸을까, 주문한 음식이 나옵니다.
제주 자전거 해안일주를 하며 회국수 전문집을 몇 번 다녔기에 이 집의 회국수는 어떻게 나올지, 또 고등어회는 제주 낚싯배를 탈 때마다 먹었기에 어떤 식으로 나올지 궁금합니다. 회국수는 다른 곳에서 먹던 것에 비해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고등어회는 숙성회로 나왔는데, 감칠맛이 돌지만 사진에 보이는 것이 3만 8천 원이나 된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서해안에서 먹던 낙지탕탕이와 멍게로 채웁니다.
아, 한 가지 빠진 게 있군요. 그렇습니다. 참이슬이 보이지 않습니다. 제주 방언으로 통화하던 분이 주인장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관계자로 보여 “주문에서 빠진 게 있다”고 물으니 확인을 해줍니다. “다 나왔다”라고 합니다. “술이 빠졌다”고 하니까, 표정이 변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다 들리도록 “우리는 술은 선불로 계산합니다. 주문을 안 하셨으니 나오지 않은 거”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기분이 팍 상합니다. 설사 계산이 안 되었어도 그리 나오면 안 되는 겁니다.
키오스크에서 나온 영수증을 꺼내 보여줍니다. 분명 ‘소주’가 인쇄되어 있고 계산도 마쳤습니다. 이런 걸 보여주면서까지 먹어야 하나...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사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상술에 속았다는 생각에 스스로 화가 납니다. 형제들과의 제주여행 첫날, 첫 식당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관광객들을 상대로 일상다반사라는 듯 한 태도에 음식이 맛있을 리 없습니다. 하기야 회국수부터 그 모양이었으니...
사족
미련한 곰이 되었습니다
소박한 식당으로 알고 찾아간 집, 뛰어난 상술에 놀아난 듯합니다. 그래도 그 식당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으니 걱정할 게 없겠죠. 이른바 ‘곰들의 행진’이 계속되는 한... 외국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형제들조차 ‘다음엔 잘 찾아보라’며 다독이지만 불쾌한 감정은 숨길 수 없습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은 ‘곰들의 행진’에 속할 것인지, 그리고 ‘대기 줄에 속지 마라’입니다. IC~ 생각만 해도 열이... 추울 때마다 떠올려야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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