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보는 집’, 생명의 소리로 들리는 풍경소리
느린 동작과 초침소리조차 대사가 되어...
평소보다 여유 있게 도착했음에도 봄내극장 주차장은 빈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봄내극장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고 있습니다.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입구에서 김정훈 예술감독님과 잠시 인사를 나누고 공연장으로 들어갑니다.
봄내극장 ‘문화사랑방’에서 공연을 기다리던 관객들도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곧 공연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관객석은 약간 급경사라 봄내극장 스태프들이 주요 동선마다 배치되어 관객들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자리에 앉아 뒤늦게 공연 안내 팸플릿을 봅니다.
서서히 조명이 밝아오고, 무대에는 거리 소음에 이어 남자의 독백이 흘러나옵니다. 여유를 넘어 느긋하게 보이는 동작이 한 편의 시를 보는 듯합니다. ‘4년 5개월 17일째...’라는 남자의 얘기가 담담하게 들리고, 내용을 떠나 맑고 순수해 보이는 공연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줄거리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집이 있습니다. 그 집에는 집 밖 세상이 두려워 4년 넘게 집 밖을 나가지 않은 남자와 홀로 자취를 하며 취업이 인생 목표인 여자가 살고 있습니다. 남자는 우연히 여자의 집에서 들려온 풍경소리에 이끌려 여자의 삶을 관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공연을 마친 배우들이 관객들과 마주합니다. 좌측부터 안민정(멀티녀), 김면수(남자역), 전시연(여자역), 이익훈(멀티남) 배우입니다.
마주보는 집
공연시간; 60분, 전체이용가
작가 신영은
연출 정은경
예술감독 김정훈
CAST
김면수 남자 역
전시연 여자 역
이익훈 멀티남
안민정 멀티녀
STAFF
조명 남궁진
음향오퍼 김예인
공연일
10월 21일(금) 19시30분
10월 22일(토) 15시, 19시30분
10월 23일(일) 15시
장소; 봄내극장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마주보는 집
신영은 작가의 글
때로는 아주 작은 시선으로, 사소한 마음 하나로 누군가의 삶이 달라지곤 합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따뜻한 시선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노력하려 합니다. 그런 바람으로 써 내려간 이 이야기가 여러분에게도 같은 노력으로 피어나길 바랍니다. 저에게 낭만으로 연상되는 가을의 춘천에서 이 무대를 만날 수 있어 기쁩니다. 여러분의 가을이 이 무대와 함께 예쁘게 물드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몸도, 마음도요.
정은경 연출가의 글
희곡을 연극 무대로 옮기는 과정은 희곡 속 인물에게 무한한 공감과 애정, 관심을 가져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작품 속 남자와 여자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삶의 상처를 겨우 겨우 버티고 있는 남자와 이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무게를 어떻게든 견디며 살아가는 여자, 누구도 누구를 위로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남자와 여자는 요란하지 않게 서로를 향하여 작은 응원의 소리를 보냅니다. 이 그 작은 응원이 남자와 여자가 세상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되어줍니다. 오늘은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이웃에게 진심으로 묻고 애정을 보내야겠습니다. “괜찮은 거지? 잘 지내고 있는 거지?”
사족
채수가 담담히 어울린 잔치국수의 맛
장터에 가면 잔치국수가 있습니다. 특별히 멋을 내지 않아도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입니다. 오래전 ‘학식’이라 불리는, 교내에서 먹던 국수 맛이 생각납니다. 당근과 호박, 양파를 채 썰어 국수와 함께 익히면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도 채수의 맛과 향이 국수와 담담하게 어울립니다. 행주산성 입구에는 자전거 라이더라면 한 번쯤 가본 국수 맛집이 즐비합니다.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로 큰 대접에 국수 양이 어마어마하게 나옵니다. 대부분 ‘과연 다 먹을 수 있을까?’ 겁부터 냅니다. 하지만 자리를 일어날 때 보면 그릇은 모두 비어 있습니다. 국수는 그런 겁니다. 오늘 본 ‘마주보는 집’은 고급 요리라기보다는 담담한 채수의 향과 맛이 잘 어우러진 국수 같습니다. 저는 국수를 좋아합니다. 요즘은 퇴계동에 있는 ‘불통(불타는통닭)’ 잔치국수에 빠져 있습니다. 한 달에 두세 번은 먹으니까요.
김정훈 예술감독님, 반갑습니다
공연 시작에 앞서 봄내극장 입구에서 김정훈 예술감독님을 잠깐 만났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예술가의 풍모가 물씬 풍기는 분입니다. 이번 공연에 대한 소회를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간이 촉박하여 아쉬웠음을 밝힙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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