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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홍천미술관] 양혜란 展,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by 피터 스토리 2022. 9. 4.

 


YANG, HYE RAN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

Thank you for being by my side

 

양혜란 展

2002 Solo Exhibition by Yang, Hye Ran

2022.08.31 wed~09.12 mon

홍천미술관


 

 

오후 4시 홍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일찍 나섰더니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생깁니다. 홍천군청 부근의 홍천미술관으로 향합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홍천미술관, 초행길이지만 왠지 낯설지 않습니다. 비가 참 예쁘게 내립니다. 태풍 힌남노가 제주, 부산권에 상륙하여 긴장된 상황인데, 홍천은 평온합니다.

 

홍천미술관. 1956년 홍천군청사로 건축된 2층 건물로 등록문화제 제108호입니다.

 

어느 미술관을 가나 전시회는 늘 있는 일이라 홍천미술관에서는 무엇을 전시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술관에 들어섭니다. ‘양혜란 展-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가 전시 중입니다. 전시장에는 온통 반려견들로 가득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평생 처음으로 반려견 ‘산들’을 잠시 돌보는 입장이라 전시장 안의 반려견들이 반갑게 느껴집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따뜻한 온기가 가득 퍼집니다.

 

작가 노트 | Artists Notes

함께하면서 아이들의 존재로 무언의 위로를 받아본다. 눈빛으로 이어지는 위로와 공감 그리고 신뢰,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으로 치유되는 나. 티끌 하나 없는 순수한 존재는 우리 곁에 있는 시간은 찰나이다. 그 찰나의 시간을 기록하고 회상하며, 감사하며 행복해 하자.

 

 

DRWING

 

최근에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는 고래 얘기가 자주 나옵니다. 시류를 타듯 고래와 반려견 그림 앞에서 발길이 멈춥니다.

 


양혜란 개인전에 부쳐

곁에 있어 줘 고마워

글 | 주성열(세종대학교, 예술철학)

 

양혜란의 작품은 반려견의 눈동자인 ‘영혼의 창’에서 출발한다. 커피 향이 가득했던 작업공간은 반려동물의 그림과 개인전 준비로 분주하지만 사랑도 가득한 곳이다. 벽에 걸린 프렌치 불도그의 초상을 그린 몇몇 작품은 작지만, 그들과 나누는 사랑만큼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음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중략)

 

상식적으로 십이지의 열한 번째인 개(戌)는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하는 동물이다. 미술사에서도 선사시대 동굴벽화를 그린 장소에서 아이와 함께했던 개의 흔적이 발견되었으며, 울주 반구대의 바위그림에도 그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애완동물의 움직임에 관한 치밀한 스케치,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맹견도’ 등 동서양의 반려동물 그림은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듯이 개는 죽은 이의 영혼을 이끄는 안내자라는 믿음을 고구려인들은 가졌으며, 이런 신앙은 고대 이집트인들도 유사한 믿음을 그림으로 남겼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그림에 등장하는 반려동물은 사람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가족을 지켜주는 일상생활에서 상호존중의 관계로 그려졌다.

 

양혜란 작품 속 대다수 주인공은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프렌치 불도그 모습이다. 일견 무표정한 모습처럼 보이지만 다가설수록 눈동자에서 세밀한 감정이 드러난다. 화가가 표현했지만 아마도 화가의 시선과 마음이 그림 속 주인공 눈망울에 담긴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이는 작품 속 주인공과 화가의 친밀한 관계를 반영했거나 설명해 주는 단서이기도 하다.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들은 화가가 바라보는 반려동물의 이미지와 화가를 바라보는 반려동물의 다양한 모습을 두 개의 형식으로 나누고, 몇몇 드로잉을 추가하였다. 전자는 얼굴을 중심으로 커다란 눈망울을 표현하며, 후자는 반려동물들의 일상 속 풍경 중 화가와 교감하거나 행복한 휴식을 취하며 눈맞춤을 하는 귀여운 상황을 그린 것이다.

 

커다란 눈망울을 그린 작품 속 이미지는 공허함과 무관심의 표정처럼 보인다. 이는 내적 감정과 관상적인 특징을 강조하거나 배경을 단순화하려는 의도에 있다. 화가는 그림을 통해 심오하고 의미 있는 가치를 인간적인 부드러움으로 구현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작품 이미지는 기분과 분위기보다는 반려동물이 지닌 천진하고 정감 어린 감정을 은밀하게 드러내려는 의도를 볼 수 있다.

 

조선 말기 장승업(1843-1897) 화가가 그린 오동나무 아래에서 달을 보고 짖는 삽살개의 낭만적인 모습은 화가 양혜란의 그림과도 상통하는 바가 있다. 그림은 다양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시각적 사색성을 통해 화가는 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근원적인 성찰과 헌신적인 동반자인 반려동물의 추억의 저장소인 작품으로 존엄성을 환기하는 것이다. (중략)

 

화가 양혜란은 따듯한 애정과 반려동물과의 교감을 지닌 작가다. 그림을 바라보면 그의 감정은 무뚝뚝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하면 작품은 그의 따듯함을 숨기지는 못함을 알 수 있다. 그가 반려동물과 함께한 시간은 아주 오래전부터 운명처럼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유기견을 거두어 보살피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개인의 심리적인 증상보다는 당연히 그들만의 삶의 방식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중략)

 

깊은 색채에 대한 화가의 관심과 태도는 근본 대상에 대한 사유에서 출발한다. 깊이 있는 삶의 방식은 결국 반려동물이라는 대상에서 발견한 것이다. 소중한 가치를 지닌 그들을 통해 화가는 일상적인 감정보다는 침묵을 소중하게 여기며 말할 수 없음을 ‘눈 마주침’을 중요하게 여긴다. 무덤덤한 반려동물의 표상된 이미지와 색채는 그 말 없음의 가치를 대변하는 형식이다. 포장하거나 초과적이지 않았을 그들의 침묵을 화가는 사람의 눈이 아닌 그들의 눈을 통해 포착한 것이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그림처럼 보이지만 분명 화가의 눈은 보이지 않은 감정과 밀접한 연관을 지닌 작품처럼 보인다.

 

그는 창작은 무에서 나오지 않음을 알고 지난 그림 위에 반려동물을 조화롭게 융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차용의 불편함이 있어 지금까지 그린 형식과는 다른 방식을 취하게 된다. 이는 화가의 심리상태와는 전혀 다른 반려동물의 멜랑콜리한 감정을 그림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에서 차이를 알고 분리했을 것이다.

 

창작을 신비화할 필요는 없지만, 그는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그렸고, 사랑을 그렸으며 그 결과물은 소중한 개인전을 위해 구성되었다. 그림은 진실한 반려의 표상들이며, 반려동물과의 삶과 존재에 대한 통찰의 길을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반려동물은 언제나 순수함과 충직함을 본능으로 삼고 목적 없는 애정을 나누고 있어 충분히 아름답다. 미술 작품의 가치는 화가의 특별한 실제 경험과 현상학적 사유에서 나온다.

 

그의 그림은 운명의 대상인 반려동물에서 출발하여 화가의 심리적 갈등과 공동의 삶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이는 아마도 반려동물과 삶을 통해 ‘동물 되기와 사람 되기’라는 양면적 가치를 모두 담고 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극적인 자세나 아름다운 포즈도 아니지만, 화가와의 만남이라는 시간에 진솔한 본능적인 태도를 보였고 화가는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을 포착한 것이다.

 

보는 방식의 차이는 사소해 보이지만 모든 것을 표현할 수는 없어도 결과는 분명 다르다. 동반자를 마주하고 빛나는 눈동자를 서로 바라보는 순간은 화가 양혜란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일 것이다. 그래서 순수한 정신과 영혼을 지닌 너희를 그리고 사랑을 그린 것이다.

 

 


Artist

Yang, Hye Ran

양혜란

조선대학교 산업미술학과 졸업

(현) 한국미술협회, 홍천미술협회, 강원구상작가회

춘천현대사생 회원, 홍천종합사회복지관 출강

 

개인전

2022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홍천미술관)

2022 아타락시아-그대는 충분히 아름다워(홍천미술관)

 

그룹 및 단체전

2022 강원구상작가전-강원청춘구상을꿈꾸다(치악예술관)

네오-오르비스 신세계전(홍천미술관)

2021 춘천현대사생회(춘천미술관)

강원구상작가전-강원구상의문(門)을열다(치악예술관)

홍천강...자연을 품다(홍천미술관)

봄내미술인전(춘천미술관)

2017 현대여성미술초대전(인사아트프라자)

2013 중·한 문화예술교류전(민족문화예술관)

2012 춘천예술마당창작관입주작가전(춘천미술관)

홍천미술협회전(홍천문화예술관)

DRAWING 마음을품다(MBC 갤러리 카페알무트)

2006 두아리크로키전(춘천미술관)

홍천미술협회전(홍천문화예술관)

새봄미술인전

그 외 그룹전 다수

 

 

사족

조용한 전시장에 들어가 조심스럽게 사진 촬영을 합니다. 작가의 양해를 받지 않은 상태지만, 갤러리의 반려견 그림에 흠뻑 빠져듭니다. 전시장의 분위기는 조용하면서도 정겹습니다. 잠시 맡고 있는 반려견 ‘산들’과 함께였으면 더 좋았을 것을... 다른 전시장을 둘러보고 ‘Cafe HONG 1000’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다시 찾아갑니다. 양혜란 작가에게 블로그에 올려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흔쾌히 승낙하십니다. 내친김에 작가 사진까지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시장에는 모델이었던 반려견까지 나왔군요. 정겨운 분들과 포근한 인상의 양혜란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나저나 우리 산들이도 한 장 그려봐?

동물의 ‘눈’이 우선이다

한때는 낚시에 빠져 국내는 물론 태국, 러시아, 필리핀, 중국 등 해외 낚시를 다닐 정도였습니다. 물고기를 낚을 때마다 관심 있게 보는 것이 바로 ‘눈’입니다. 춘천호에서 낚인 붕어의 눈은 새색시처럼 순박하며, 인제 내린천에서 만나는 큰 눈동자의 갈겨니는 개구쟁이처럼 보입니다. 홍천미술관에서 본 ‘양혜란 展,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워’에서도 반려견들의 눈을 유심히 살펴보게 됩니다. 그 눈 속에는 작가의 심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합니다. 그림을 평가할 수준은 아니지만, ‘참 맑다’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화폭에서 당장이라도 뛰어내려와 안길 것 같은 그림들... 홍천미술관에서 행복한 시간을 마주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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