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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곡예사 안재근] 관객과 함께한 행복한 놀이마당

by 피터 스토리 2022. 9. 2.

 


거리공연에서 ‘행복한 서커스 곡예사 안재근’을 만나다


 

가을바람이 솔솔 부는데 더운 이유는 뭘까요. 오늘 저녁은 그런 날씨입니다. 목요일입니다. 저녁 7시에 석사천 특별무대에서 공연이 있는 날입니다. 오늘은 아주 유명한 분이 오셨네요. 고품격 곡예 서커스로 알려진 안재근 서커스 곡예사입니다.

 

공연이 있을 때마다 가지고 다니는 춘천연극제 팸플릿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이 작품은 나의 인생 이야기이다. 나는 서커스 가족의 장남으로 천막극장에서 태어나 부모님께 기술을 전수받아 힘들 때나 어려울 때나 한 눈 팔지 않고 곡예사로 살아왔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여정의 끝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서커스를 하기에는 많은 나이지만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관객을 사랑하고 서커스를 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건 없는 것 같다. 나는 서커스 곡예사 안재근이다!”

 

오후 7시, ‘곡예사’는 시작합니다.

 

공연에 앞서 관객들에게 오늘 공연에 대해 소개합니다. 관객석 가까이 앉아 따듯한 미소로 얘기하는 모습이 이웃 아저씨처럼 다정합니다. “지나가는 분들 때문에 집중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양해를 바란다”라고 말합니다. 분위기는 마치 유럽여행 중에 만나는 거리공연 같습니다.  

 

물구나무서기로 몸풀기를 합니다. 

 

작은 공 하나만 가지고 저글링...

 

이번엔 두 개, 세 개. 조금씩 난이도를 높여갑니다.

 

멋진 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마에 저 짧은 나무토막을 세운다는 게... 이번엔 입에 문 나무토막이 이마에 올린 것과 맞닿게 됩니다. 저게 가능하다니 대단합니다.

 

“요호 옷~”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기 전 묘기 성공에 흥겨워합니다. 관객들의 관심은 점점 높아집니다.

 

공묘기를 시작하는 순간, 자전거가 쏜살같이 지나가네요. 집중력이 흐트러집니다.

 

다시 시작된 공연

 

회전하는 두 개의 공이 신기합니다.

 

“이런 건 못 봤지~” 이번엔 공을 하나 더 추가하여 회전시킵니다. 손홍민 부럽지 않습니다.

 

원통 위에 판자를 깔고 그 위에 올라갑니다. 균형 잡기기 쉽지 않습니다.

 

이번엔 난이도가 더 높아집니다. 원통 위해 판자, 판자에 네 개의 컵을 2단 쌓기 하여 그 위에 올라갑니다. 신기의 중심잡기가 놀라울 뿐입니다. 

 

묘기를 선보일 때마다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아앗!” 이번엔 오토바이가 지나갑니다.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집니다. 

 

플라스틱링으로 저글링을 시작합니다.

 

관객도 동참합니다. 재밌습니다. 관객과 하나 되는 순간입니다.

 

외발자전거를 타고 관객석으로 다가와 사과를 던지고, 관객은 안재근 곡예사에게 사과를 다시 던집니다. 입에 문 포크로 그 사과를 받습니다.

 

난이도가 높은 코스를 외발자전거를 타고 지나갑니다. 놀라운 묘기입니다.

 

접시 돌리기. 우리 민속에는 버너 돌리기라고 있는데 이와 유사합니다.

 

볼링공, 달걀, 사과로 저글링을 합니다. 그 자체로도 난이도가 높지만 저글링 중 사과를 한 입씩 베어 먹습니다. 나중에는 달걀을 덥석~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연출이 기발합니다.

 

마지막 공연으로 세계에서 단 세 사람만이 할 수 있다는 초미니 자전거 타기를 시도합니다. 대단합니다.

 

잠깐 타는 게 아니라 무대 앞을 한 바퀴 돕니다. 관객들은 놀랍다는 듯 힘찬 박수를 끊이지 않고 보냅니다. 평소 공연과 다르게 공연자와 혼연일체가 된 공연. 즐거움을, 행복을 함께 나눈 시간입니다.

 

공연이 끝나도 관객들의 박수는 이어집니다. 안재근 곡예사의 선창에 따라 관객들은 “춘천연극제, 감사합니다~”를 합창합니다. 저 역시 매주 목요일 다양한 공연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연의 여운이 남은 듯 몇몇 관객들은 쉽사리 자리를 떠나지 못합니다.

 

공연이 끝나고 기념촬영에 응한 안재근 곡예사. 기분 같아서는 인터뷰를 하고 싶었으나... 오버죠. 오늘 멋진 공연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퇴계교 방향 산책길을 따라 귀가하면서 문득 앤서니 퀸의 ‘길’이라는 오래된 영화가 생각납니다. 영화 속 젤소미나의 작고 여린 모습이 어른거리고요. “왠지 모르게 애틋하고 아련한 느낌이 난다”는 얘기에 성장환경에 따른 영향이라고 답합니다. 평생 한 악기에 매달려 훌륭한 곡을 연주하는 사람이나 평생 서커스를 배워 공연하는 사람, 다를 게 뭐가 있는지 되묻습니다. ‘애틋함’에 대한 이야기는 저녁 내내 이어집니다.

 

 

 

사족

‘서커스를 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건 없다’

오늘 공연을 보고 영화 ‘길’(이탈리아어: La Strada, 1954)을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본 블로그 ‘문화 예술’ 카테고리에 들어가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 어릴 때, 개천가에 대형 천막을 치고 공연하던 서커스단... 언제부턴가 해걸음하더니 나중엔 아예 볼 수 없었습니다. 그 아련했던 추억이 ‘애틋함’으로 남았지만 오늘 그런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인지 깨닫습니다. 나이가 들면 시력은 떨어지나 세상 보는 시야는 넓어진다고 합니다. 정말 행복한 공연, 즐겁고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서커스를 하는 것보다 더 행복한 건 없다’는 안재근 곡예사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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