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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산책

[통영 다찌-종합] 통영 다찌 유감

by 피터 스토리 2022. 10. 21.

 


#통영 다찌문화에 대한 환상, 아쉬움만 남기고...

“계속 이런 식으로 유지해야 하나?” 자성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통영에 온 첫날 저녁에 찾아간 한산대첩공원입니다. 조명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여수를 거쳐 통영시내로 들어옵니다. 분위기는 활력이 넘치는 여수에 비해 다소 정적입니다. 현지인에게 통영 다찌에 대해 물으니 의외의 반응이 나옵니다. “초기에는 통영 다찌의 인기가 높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변질되어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통영 이미지가 나빠질까 우려될 정도”라는 것입니다. 통영 출신 선배에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통영 다찌’ 자랑을 들었던 터라 반신반의합니다. 직접 경험해보는 게 최선일 것 같습니다.

 

통영 다찌집 두 곳을 다녀왔습니다. 앞서 소개한 [통영 다찌-제1편], [통영 다찌-제2편] 통영 다찌, 이런 집도 있습니다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다찌란 무엇인가?

간단히 정리하면, ‘다찌란 술을 사면 안주가 덤으로 나오는 것’을 뜻합니다. ‘다찌’ 음식 문화를 소개하는 포스터에는 다찌는 ‘다 있지’라는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본의 ‘다찌노미(선술집)’가 통영으로 들어와 다찌문화가 형성되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통영은 항구도시 특성상 일본문화가 많이 유입되었고, 선술집 문화 역시 통영에 전파되면서 토착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또 비록 일본어에서 온 것이지만 통영의 풍부한 식재료와 더불어 통제영에서 전파된 궁중음식문화와 결합되어 탄생한 통영 토착 식문화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참고: 통영관광포털

 

어둠이 내리면 다찌골목은 밝아집니다. 대부분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들은 유명하다는 맛집 앞에서 대기합니다.

 

다찌와 반다찌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찌는 별도의 안주 값이 없습니다. 술을 시키면 안주가 함께 나오는, 즉 술값에 안주가 포함된 것이죠. 통영 다찌골목에 가면 ‘~다찌’, ‘~반다찌’라는 상호를 볼 수 있는데, 그 차이는 무엇일까요? 반다찌는 원래의 다찌보다 부담이 적은 다찌라고 합니다. 저는 반다찌는 가보지 않았지만 처음 간 다찌집은 1인 2만 원을 받았고, 이튿날 예약하고 찾아간 다찌집은 1인 4만 원을 받았습니다.

 

술을 추가로 주문하면 식당주인 마음대로 안주가 나오는 건 다찌나 반다찌 둘 다 같다고 하는데, 처음 간 곳에서는 처음부터 술값을 따로 받았습니다. 안주는 계절과 날씨, 주인장의 취향 등에 따라서 달라지니 화끈한 주인장을 만나는 건 복불복입니다.

 

 

먹거리로 한 지역의 이미지를 정한다는 것은 위험합니다. 다만 어떤 것이든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지역에 사시는 분들의 얘기를 귀담아듣는 게 좋겠습니다. 그것도 여러 사람에게...

 

오늘도 어둠이 내리면 통영 다찌거리는 밝게 빛날 것이며, 관광객들로 붐빌 것입니다. 다찌집에 따라 기복이 심하지만 제발 제대로 된 ‘통영 다찌문화’를 즐길 수 있는 복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사족

통영 셀프 빨래방에서

여행길이라 세탁물이 점점 쌓여갑니다. 통영시내 셀프 빨래방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어제저녁 다찌집에서의 불쾌했던 기억을 우리끼리 나누게 됩니다. 그런데 그 얘기를 엿들은 분이 갑자기 끼어듭니다. ‘요즘 물가가 올라서...’, ‘원가를 생각하면...’ 등등 마치 다찌집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변명과 설득을 이어갑니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아마도 다찌집과 관련 있는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럴 일은 없지만 욕이라도 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얘기의 종착점은 ‘니들이 아무리 그래도 올 사람은 많아’입니다. 맞는 얘깁니다. 통영을 찾는 관광객은 많으니 걱정할 게 없겠죠. 안타깝고 처연합니다.

극과 극, 다찌집 이야기

어제는 예약을 받아주지 않아 오전에 예약하고, 어제와 비슷한 시간인 오후 6시에 찾아간 곳이 ‘강변다찌’입니다. 다행히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해산물로 제 맛을 낸 요리 솜씨, 화기애애한 분위기 등 모든 게 좋았습니다. 전날의 불쾌한 기분을 어느 정도 덜어낼 수 있었고요. 뭐가 나올지 모르는 안주를 기다리는 것을 재미로 삼을 수는 있습니다. 그게 다찌문화니까요. 하지만 제겐 맞지 않는 옷과 같습니다. 극과 극, 두 번의 경험으로 충분합니다.

통영 다찌, 다시는 찾고 싶지 않아

가격이나 상차림을 비교해도 일반 일식집이 훨씬 좋을 것입니다. 통영 출신 선배에게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다찌문화, 그 시절은 갔습니다. ‘해도 너무한 다찌집이 너무 많다’는 것을 현지인들을 통해 듣습니다. 함께 답답해합니다. 막연하게 낭만 가득한 통영에 대한 이미지는 이번에 완전히 구겨졌습니다. 다찌집 때문이냐고요? 어찌 그것 하나로 이미지가 달라지겠습니까. 밝고 경쾌한 여수 같지는 않더라도, 우울하고 정적인 분위기(날씨 탓으로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복잡하고 좁은 도로환경과 주차문제, 정작 빛나야 할 한산대첩광장의 어둠, 불친절과 호객행위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밝고 환한 목소리로 통영을 아끼고 사랑하는 펜션 주인의 덕에 가벼운 마음으로 통영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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