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장이 반찬, 청평 소머리국밥
서울 가는 길, 경기도 가평을 지나 청평을 지날 즈음 아침을 거른 탓인지 시장기가 돕니다. 청평을 벗어나려는 순간 ‘소머리국밥’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얼마 전 들렸던 자작나무 곰탕집과 이웃해 있는 음식점입니다.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많을 것 같았는데 드문드문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창가에 앉아 메뉴판을 봅니다. 맨 위에 도가니탕이 보입니다. 1만5천 원, 점심식사로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소머리국밥 1만2천 원.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비싸지만 주문합니다. 요즘은 정말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걸 실감합니다.
간편하게 쟁반에 상차림이 되어 나옵니다. 반찬은 깍두기와 김치, 양념으로 새우젓, 다대기, 다진 청양고추, 고추 마늘 양파와 고추장이 담겨 있습니다. 서비스로 순대까지 나왔습니다. 순댓국을 주문할 때 “순대는 빼주세요~”라고 할 정도로 순대는 제 기호에 맞지 않습니다. 그 맛있다는 걸...
부추를 올린 소머리국이 나왔습니다. 일단 먹음직스럽습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식사를 마칩니다. 식당에서는 음식을 남기는 일이 거의 없는 편인데, 오늘은 제 입맛에 맞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럭저럭 먹었지만... 아무튼 음식을 남겨서 괜히 미안해집니다.
상암소머리국밥순대국
경기 가평군 청평면 경춘로 539
지번 : 청평면 대성리 94-3
031-584-8883
사족
솔직하게 말하면, 일부러 찾아가긴 힘들 것 같습니다. 이미 소머리국밥의 진수를 알고 있기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던 ‘소머리국밥집’이 재개발로 인해 이사 가서 아쉬움이 남아 있던 터라 그런지도 모릅니다. 아직도 그 집 같은 맛을 본 곳은 없으니까요.
“이거 황우도강탕이군”
어릴 때 아버님과 저녁식사 중 하신 말씀입니다. 어려웠던 시절 4남매를 기르시는 게 쉽지 않았죠. 저녁이면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합니다. 여름에는 마당의 평상에서 먹기도 하고, 대부분은 대청마루에서 식사를 합니다. 어머니는 이런저런 음식을 내놓느라 늘 바쁘셨고요. 하루는 소고기뭇국을 끓이셨는데 동생이 국을 뜨면서 무 따로 소고기 따로 담았고, 마침 아버님 국에는 무만 잔뜩 들어간 것이죠. “이거 황우도강탕이군.” 그렇습니다. 황소가 지나간 물로 국을 끓였으니 고기가 들어갈 리 없는 뜻이죠.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게 웃었던 시절입니다.
‘다대기’는 우리 고유어
‘다대기’ 또는 ‘다진 양념’은 마른 고추, 홍고추, 풋고추와 양파를 갈아서 진간장, 후추, 깨소금, 육수, 참기름, 마늘, 설탕 등으로 만든 한국의 양념입니다. 매콤한 맛, 칼칼한 맛을 더하기 위해 주로 설렁탕, 냉면, 해장국 등 국물 요리에 넣어 풀어서 먹습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국립국어원에서는 ‘다대기’라는 말이 일본어로 ‘두드리다’를 뜻하는 ‘다타키(叩/たたき)’에서 나왔다고 하여 순화어인 ‘다진 양념’을 대신 쓰도록 권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는 민간어원에 바탕을 둔 풀이라는 비판이 있으며, 일본어 ‘다타키’나 ‘다데키’는 다대기와 유사한 의미를 지니지 않습니다. 다대기의 어원이 한국어 동사 ‘다지다’에 명사를 만드는 접미사 ‘-기’를 붙여 ‘만들기’와 같은 형태로 만든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다지다’의 동북 방언 ‘다디다’도 어원으로 거론된다고 합니다. 1995년 우리말큰사전은 ‘다대기’를 고유어로 풀이하며,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도 ‘지경닺는소리(터다질 때 하는 소리)’를 전남 강진 지방에서 ‘다대기소리’라 불렀으며, ‘함흥냉면에 고춧가루 양념이 애용되어 다대기라는 말이 이곳에서 나왔을 정도’라는 풀이가 나온다고 합니다. ‘다대기’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우리말 쉽지 않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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